우리 사회를 어둡게 하고 병들게 하는 세 가지 연(緣)을 들라 하면 분명 학연, 지연, 혈연일 것이다. 그것이 각 개인의 재능, 노력과 열정을 공정하게 평가받지 못하게 하니까 말이다. 최악의 청년실업으로 소위 '삼포세대'의 현실이 매일같이 인구에 회자되는 요즘의 상황을 고려할 때, 우리 사회가 학연, 지연, 혈연 중심에서 벗어나 개인의 능력을 공정하게 평가하고 진작하는 능력 중심의 사회로 나가야 한다는 것은 이제 한 사람이나 한 세대의 소망을 넘어 시대적 요청이 되고 있다. 이런 현실에 직면하여 학생들과 제자들을 사회로 진출시켜 나름의 몫을 다하게 하는 데 일정한 책임을 진 대학들의 고민은 실로 깊다. 특히 요즘은 '인구론'(인문계 90%가 논다)의 시대, '문송합니다'(문과라서 죄송합니다)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특히나 인문계열 학생들의 취업이 더 어려운 상황(전국 대학 평균 인문계열 취업률 45.9%)이다. 진리 탐구와 전파라는 대학 본연의 사명을 넘어서 사회수요와 요구에 맞는 최적의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서 이런 시대적 도전에 대학은 대비해야 한다. 그렇다면 맞춤형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서 대학이 해야 할 역할은 무엇일까?
최근 국가 및 공공기관에서 도입하고 있는 국가직무능력표준(NCS)은 대학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알려주는 좋은 나침반이 되어준다. NCS에 기반한 시스템을 구축하여 학생 개인의 개별적 진로탐색을 적극 지원한다면 사회수요에 상응하는 맞춤형 인재양성 전문기관으로 성장하는 데 한 걸음 다가설 수 있을 것이다.
예로 필자가 몸담고 있는 한국외대(Hankuk University of Foreign Studies, HUFS)는 최근 NCS에 기반, 학생들의 취업 및 직무역량 강화를 위한 HUFS GPS(Global Pathfinder System) 진로개발시스템을 구축하여 신입생들에게는 적성 검사 및 개별 상담, 재학생들에게는 이를 바탕으로 한 진로설계, 경력개발, 취업준비를 통합시스템으로 지원할 수 있게 되었다. 학생들은 HUFS GPS를 통해 진로적성검사와 역량진단검사를 실시하여 자신의 성향과 잠재력을 판단하고, 재학 연한 중 진로설정 로드맵을 작성해 볼 수 있다. 이에 덧붙여 특별히 현장실습 인턴십과의 연계를 강화하기 위해 현장실습 시스템을 통합 구현하여 HUFS GPS 시스템상에서 재학생들이 편리하게 현장실습 인턴십을 신청하고 관리해 볼 수 있고, 기업체 관계자까지도 시스템 공간에서 관련정보를 공유할 수 있게 되었다.
실제 기업체 인사관계자 간담회 등을 통해 확인한 결과, 사회가 요구하고 있는 인재는 '실전에 바로 투입되어 쓸 수 있는 인재'였다. 따라서 다양한 현장실습 기회 제공은 사회가 요구하는 인재를 양성할 수 있는 주요한 방법이다. 기업체는 물론, 공공기관과의 적극적인 협력관계를 통해 해외 인턴십과 같은 외국어 능력과 실무역량을 동시에 함양할 수 있도록 현장실습을 장려하고, 실전직무역량을 함양할 수 있는 다양한 현장 중심의 인턴십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은 우리 사회가 요구하는 실무형 맞춤 인재를 양성하는 중요한 동력이 될 것이다.
인생의 과정을 대학의 리듬에 비유해 보자면, 입학은 신생아의 출산에, 졸업은 성장기를 거쳐 성인(成人)이 되는 것에 해당될 것이다. 낳은 정 못지않게 잘 길러서 반듯한 인재를 만들어야 하는 큰 역할과 사명이 대학에 주어져 있다. 진리 추구와 학문 전수라는 대학의 본분을 포기해서는 안 되겠지만, 학생들이 스스로 자신의 능력을 발견해서 이를 최고치로 끌어올려 사회에서 자기 자리를 찾아가도록 시스템을 갖추고 제도적 지원을 아끼지 않는 것 역시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대학이 수행할 핵심적 임무이다.
윤성우/한국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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