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독자투고] 지도층의 인격·덕성, 국민 기대치 이하

로마시대에 시민들은 민회(民會)를 통하여 집정관, 호민관 등을 선출했다. 정치인들은 시민들에게 자신의 잘못된 점이 비쳐질까 의식해 모범적으로 처신했다. 귀족들과 정치인들은 전쟁이 나면 앞장서 싸웠다. 많은 사례가 있지만 특히 2차 포에니 전쟁에서는 집정관(총사령관)만 100여 명이나 전사했다.

서구 사회에서의 정치'사회 지도층의 덕목을 나타내는 말이 '노블레스 오블리주'다. '노블레스'는 프랑스어로 '닭의 벼슬'(명예)을, '오블리주'는 가진 자의 도덕적 의무를 의미한다. 전쟁이 나면 상류층 사람이나 그 자식들이 앞장서 참전했다. 1차 세계대전 때는 지도층 자제가 2천 명이나 목숨을 잃었다. 엘리자베스 여왕의 차남 앤드루 왕자는 포클랜드 전쟁에서 전투기 조종사로 참전했다. 철강왕 카네기, 석유재벌 록펠러, 갑부 빌 게이츠 등은 수많은 돈을 사회에 환원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 지도층은 어떤가? 6'25전쟁 당시 참전한 지도층 인사는 몇이나 되나? 가난하고 '빽' 없는 서민들의 자식만 전쟁터에서 산화했다. 우리나라 지도자들은 입으로만 애국자요, 선각자이지 이기심만 팽배한 범인(凡人)에 지나지 않는다. 몇 년 전 백령도 포격 사건 당시 안보장관 회의가 열렸는데 국방장관 말고는 군필자가 없었다고 하니 기가 막힐 일이다.

요즘 우리나라 청문회에 나온 고위 공직자들을 보면 위장 전입, 병역 미필, 부동산 투기 등 왜 그렇게 결함이 많은지 모르겠다. 직무 능력을 검증하는 자리여야 할 청문회는 인격 말살과 정쟁, 저질 욕설의 장으로 전락하고 있다. 고위 공직자 후보, 국회의원 모두 지도자의 덕성과 인격을 갖추기는커녕 국민 기대치에 한참 못 미친다. 서양의 지도자들과 같은 덕성과 인격을 갖춘 이가 많이 나타나 고위 공직자들이 존경받는 날이 속히 오기를 기원한다.

마이락(경산시 진량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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