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대구 수성갑 조직위원장을 뽑기 위한 여론조사가 24~26일 열린다. 후보자는 강은희 국회의원(비례대표),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정순천 대구시의회 부의장이다. 저마다 자신이 적임자임을 내세운다. 수성갑 조직위원장 경선은 내년 총선의 전초전이다. 조직위원장이 되면 당원운영협의회를 관리할 수 있어 공천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게 된다. 새누리당도 일찌감치 출마를 선언한 새정치민주연합 김부겸 전 의원에 맞설 대항마를 선정해 내년 총선에서 기필코 이겨야 하는 입장이다.
새누리당이 왜 이렇게 수성갑에 대해 위기감을 느끼게 됐을까? 수성갑에 '김부겸 바람'이 불고 있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 이 물음에 대한 답은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해줬다.
김 대표가 지난 13일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경상도 국회의원은 동메달, 수도권 국회의원은 금메달'이라고 한 발언에 해답이 숨어 있다. 김 대표의 발언에 대구경북민들은 속이 상했다. 김 대표는 결국 경북 의원들에게 사과했지만 대구경북이 김 대표에게 받은 자존심의 상처는 사그라지지 않고 생채기로 남아있다.
새누리당에 가장 많은 지지를 보내는 곳이 대구경북이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전당대회의 투표권을 갖는 전체 책임당원 15만2천여 명 가운데 대구경북 책임당원은 3만여 명이다. 이는 서울(2만여 명)과 부산경남(2만6천여 명)보다 많다. 김 대표에게 뒤통수를 맞았다는 배신감이 더 클 수밖에 없는 이유다. 대구경북이 가장 지지하는 정당의 대표가 '동메달 국회의원'을 뽑았다면서 대구경북의 자존심에 상처를 입힌 것이다.
이같이 새누리당에 열렬한 지지를 보내고 있는데도 돌아오는 것은 배신뿐이라는 좌절감이 수성갑 민심으로 표출되고 있다. 수성갑 유권자들은 새누리당에 표를 몰아줬는데도 당선된 국회의원은 정작 수성갑과 대구를 위해서 무얼 했느냐고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그 불만은 해당 현역 국회의원을 넘어 새누리당에까지 나아간다. 지난 총선과 지난해 대구시장 선거에서 40% 넘는 표가 새정치민주연합에 간 것은 섭섭함의 표현이다.
내년 총선이 다가오면서 대구 국회의원들은 요즘 자신들의 지역구에서 살다시피 한다. 밤낮으로 유권자를 찾아다니며 인사하고 악수하며 내년 총선 표밭을 누비고 있다. 시민들이 국회의원에게 바라는 것은 굽신거리면서 하는 인사가 아니라 대구 발전을 위해 진심으로 노력하는 모습이다. 대구 국회의원들은 자신들의 공천과 지역구 일이 아니면 관심도 없다는 비판을 귀담아들어야 한다.
실제로 대구 의원들은 대구경북의 숙원사업인 남부권 신공항 건설은 아예 관심을 두지 않는 듯하다. 대구시민이 바라는 대구공군기지(K2) 이전에 대해서는 지역구를 가진 유승민 의원만이 신경을 쓴다. 다른 의원들은 자신의 지역구가 아니라면서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 대신 자신의 지역구 예산 따기에만 몰두한다.
우리나라 경제처럼 대구 경제도 비상이다. 대기업 유치는 요원하고 미래 먹거리를 책임질 산업도 부족하다. 젊은이들은 일자리를 찾아 대구를 떠나 서울로 가고 있는 실정이다. 암담한 현실에서 대구 전체 발전을 위해서 의원들이 한자리에 모여서 논의하는 모습도 찾기 힘들다. 대구 국회의원들은 대구시민들을 '잡아놓은 물고기'라고 여기는 듯하다. 잡아놓은 물고기에겐 미끼를 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내년 총선이 얼마 남지 않았다. 대구 국회의원 12명은 지난 3년을 냉철하게 되돌아볼 시점이다. 과연 자신들이 지역구 유권자들의 민심을 대변했는지와 대구를 발전시키기 위한 의지가 있었는지를 되돌아보라.
대구 국회의원들이 또다시 공천에만 목을 매달고 당선된 뒤에는 대구 발전에 무관심하다면 '동메달'이라는 칭호도 과분하다.
모현철/정치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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