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그들의 조직력은 잔인한 폭력성보다 더 충격적이었다

IS 리포트…CIA와 같은 비밀 조직은 물론 다국적 기업까지 갖춘 무서운 조직

IS 리포트/사뮈엘 로랑 지음/은정 펠스너 옮김/한울 펴냄

2015년 6월 21일, 영국 대외정보기관 엠아이6(MI-6)의 전 대(對)테러국장은 충격적인 발언을 했다.

"IS를 완전히 격퇴하기란 불가능하다. 이제 우리는 그들과 어울려 살아갈 방법을 배워야 한다."

그의 말이 얼마나 사실에 가까운지, 말 그대로 실현될지는 의문이다. 그러나 상황을 소상히 알고 있는 사람이 그처럼 충격적인 발언을 쏟아낸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책은 그 근거로 '성 노예, 약탈, 납치, 참수, 테러 등으로 세계인의 공분을 사고 있지만 IS가 일곱 개로 세분화된 행정부, 최신 무기로 무장한 특수 부대, 사법부와 보건복지부, 교육부까지 갖춘 비교적 체계적인 조직'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악마의 소굴 같은 곳에 어째서 세계의 젊은이들이 몰려드는 것일까. 불과 1년 만에 알 카에다, 탈레반 등 우리에게 충격을 주었던 이슬람 과격 단체들을 압도하는 위세를 떨쳤으며, 보코하람, 알 샤바브, 알무라비툰 등 곳곳의 수니파 무장단체들이 백기를 들고 'IS 지부'를 자처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그처럼 유능한 서방의 특수부대들은 어째서 그들을 단숨에 소탕하지 못하는 것일까.

지은이 사뮈엘 로랑은 각종 테러조직에 가담했던 핵심 인물들을 인터뷰함으로써 전 세계적으로 '테러연대'를 조직한 IS의 베일을 하나씩 벗겨 낸다. 이를 위해 그는 이라크, 시리아는 물론 요르단, 영국, 미국을 넘나들며 IS의 통치구조와 거미줄 같은 내부 지도를 그려낸다.

책은 IS의 핵심전략과 궁극적인 목표는 무엇인지, 그들의 아킬레스건은 무엇인지 살펴본다. 행정부, 군대, 사법부, 정보부 등 IS의 큰 뼈대 조직들을 분야별로 상세하게 그려내고, 이를 퍼즐처럼 맞춰서 IS 내부지도를 완성하는 것이다.

이슬람국가 영국 지부의 수장을 맡고 있는 안젬 초우다리는 지은이와 인터뷰에서 IS의 규모를 이렇게 설명한다.

"이 조직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됩니다. 교묘하게 연출된 대량 학살이나 인질 처형을 이야기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IS는 외부세계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고도화되어 있습니다. 꼭대기부터 아래까지 말입니다. 적군을 수백 명씩 사살할 준비가 되어 있는 군인들은 전 세계에 어디나 있습니다. 하지만 IS에는 그런 군인만 있는 게 아닙니다. CIA와 같은 비밀 조직은 물론, 다국적 기업과 같은 조직이 있어 재정까지 넉넉합니다."

안젬 초우다리는 영국 사회에 널리 알려진 무슬림 정치 운동가이자 무슬림 변호사 협회 회장을 맡았던 인물이다. 지은이는 이뿐만 아니라 IS 고위 간부, IS 병사 출신자, 알 카에다 사령관, 미군 지휘관, 다른 테러조직원 등 IS를 목격하거나 접해본 사람들의 증언을 생생하게 기록한다. 이들에 따르면 피로 얼룩진, 이성을 잃은 광기 어린 IS의 모습은 무절제가 아니라 치밀한 전략일 뿐이다.

지은이는 "IS는 단순히 피에 굶주린 괴물이 아니라 정치적 기관과 법제도와 같은 조직적 기둥을 세워놓고 있으며, 심지어 이라크나 시리아 정부보다 더 투명하고 체계적으로 통치되고 있다"고 말한다.

그 예로 "IS가 시리아와 이라크 지역을 차지하기 전에, 두 지역의 부패는 극심했다. 정부군은 불법적으로 무기밀매를 일삼았으며, 행정부 또한 기준과 명분 없이 횡포를 일삼았다. IS가 점령하면서 오히려 부패가 줄어들고 법질서 권력이 회복됐다. 물론 극단적이고 잔혹한 처벌이 난무하지만 역할에 따라 세분화된 판사들은 물론, 탄원제도까지 갖추고 있다. 적어도 IS 점령 지역 주민들은 자신이 무엇 때문에 처벌을 받는지 표면적으로는 알고 있다. 게다가 IS에 참가한 군인들은 확실히 명시된 월급을 일정하게 받고 있다"고 말한다.

책은 'IS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고도화된 정치체계를 갖추고 있으며, 무섭게 역할수행을 해내고 있다' 며 '잔혹한 장면 이면에 감춰진 IS의 진면목을 알아야 승산 있는 전략을 마련하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책은 또한 'IS를 추종해 떠난 사람들은 우리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관용, 삶에 대한 존중, 인권, 특히 여성의 인권과 민주주의를 거부한 사람들이다. 이들은 이 모든 가치 있는 것들을 파괴하기 위해 그들의 인생을 포기하겠다고 선언한 사람들이다. 떠날 때 그들은 단지 우리 사회에 대한 적개심만 있었지만 이제는 잔인한 폭력성까지 갖췄다. (언젠가 IS가 멸망하고) 이 잔인무도한 살인자들이 우리 사회로 돌아왔을 때, 이들을 어떻게 할 것인가가 가장 어려운 문제'라며 '그런 사태는 사회체제와 경제체제에 예측할 수 없는 혼란의 시작이 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252쪽, 2만4천원.

조두진 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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