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이즌 필·차등의결권·황금주 제도 등
한국 기업 경영권 방어 보호장치 없어
창업주 가치 외면 땐 헤지펀드 먹잇감
지배구조 취약성 보완할 상법 개정 필요
기업이 획기적으로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대규모 자본을 빨리 많이 모을 수 있는 주식회사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주식이 거래되는 자본시장의 발달 덕분이다.
최초의 주식회사는 1602년 네덜란드의 동인도회사였지만 영국의 동인도회사가 1600년 유한책임회사로 출발하여 1657년 주식회사로 전환되면서 발전을 거듭하였다.
나중엔 극심한 투기로 버블의 경제공황까지 겪은 후 유럽에서는 주식회사를 법제화하였고 영국은 1802년에 오늘날의 런던증권거래소를 탄생시키고 미국은 1817년에 뉴욕증권거래위원회를 출범시키면서 주식회사를 통한 자본주의가 성장하게 되었다.
수백 년 동안 주식회사 제도를 유지 발전시켜 오던 그들 역시 지배구조가 취약한 기업을 먹잇감으로 삼는 독수리 같은 벌처펀드로 인한 피해를 경험하였다.
이러한 나라들은 기업의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해 획일적으로 주주 평등주의인 1주 1의결권을 금과옥조로 여기지 않은 지 이미 오래다. 주주들의 관심도 각기 다르다. 일반주주는 단기적인 기업가치 상승과 배당 그리고 시세차익이 목적이지만 창업주 또는 대주주는 장기적인 기업가치 증대와 경영권 유지가 최대 관심사다. 같은 1주의 주식이지만 각자 바라고 추구하는 가치가 다르기 때문이다. 그들은 소유권과 의결권이 같은 값을 가질 필요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오래전부터 선진국들은 경영권 방어에 필요한 포이즌 필(구 주주에게 신주를 저가에 매수할 권리를 부여)과 차등의결권(대주주 등에게 1주당 많은 의결권을 부여) 그리고 황금주(1주만으로 특정 안건에 거부권 행사 권리를 부여) 등의 제도를 이용하고 있다. 미국, 일본, 프랑스 등은 이러한 3가지 모두 사용이 가능하고 영국은 차등의결권과 황금주의 사용이 가능하지만 우리나라는 전부 이용 불가다. 선진국은 경영권 방어와 관련해 자국 기업 보호 장치가 있지만 우리나라는 없다.
이러한 상황은 글로벌 경쟁 측면에서 보면 국내 기업에 대한 역차별로서 많은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대안 없이 우물 안에서만 살다가는 우수 기업을 독수리 먹잇감으로 바쳐야 한다. 창업주 등의 경영 기여 가치는 외면하고 소액주주 가치만 보호하는 상황이 계속될수록 외국계 헤지펀드의 탐욕은 점점 커질 것이다.
얼마 전 헤지펀드 엘리엇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기업 재편을 위한 합병 결의를 반대하면서 주총 결의 금지와 자사주 처분 금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하고는 보유 주식의 현물 배당과 정관 개정을 요구하였다. 삼성물산은 우호 지분인 KCC의 백기사와 국민연금의 찬성에도 불구하고 합병 찬성을 위해선 소액주주의 동의가 절대적으로 필요하게 되었다. 소액주주의 합병 찬성 위임을 받기 위해 전국 100개 이상의 신문과 12개의 증권 및 종편방송 그리고 다음과 네이버를 통한 대규모 광고를 하였다. 삼성물산은 53일 동안 고유 업무를 전폐하고 단 한 주의 위임을 위해 전국을 다녔다. 다행히 합병안은 찬성되었다. 이번엔 소액주주의 애국심이 작용하였지만 다음까지는 기대하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야당은 백기사에게 자기 주식을 양도 금지하는 법안을 기습 발의하는 황당한 사건까지 연출하고 있다.
IMF 당시 우리는 자본시장의 대문만 활짝 열었지 경영권에 대한 방어 준비는 정작 없었다. 1주주 1의결권의 절대적 평등만 최고의 선으로 여기고 재벌 대기업에 대한 국민의 반기업 정서를 부추긴 것도 사실이다. 이제는 기업주도 사회도 서로 변해야 한다. 대주주 역시 사회 공헌과 소액주주 가치 증대에 힘쓰고 공유가치를 창출하는 별도의 과제도 수행하여야 한다. 알리바바가 중국도 홍콩도 아닌 뉴욕에 상장된 이유는 차등의결권 행사가 뉴욕에서는 가능하기 때문이다. 구글과 페이스북 그리고 뉴욕타임스 역시 이 제도를 이용하고 있다. 일본은 기존 제도 외에 2006년 사업결합규제법을 별도로 만들어 적대적 인수합병을 막고 있다. 지금 우리나라 100대 기업 집단 중 70% 이상이 2세에서 3세로 승계되는 교체 시기다. 우리 기업들이 짧은 기간에 경제성장과 함께 자본을 키우는 과정에서 대주주의 지분이 낮아져 지배구조는 대체로 취약하다. 이번 기회에 독수리 같은 헤지펀드에 의한 적대적 인수나 합병에 대해서는 법률상 근거나 정관의 규정 없이 이사회 의결만으로 경영권 방어가 가능하도록 상법을 개정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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