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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 새로운 방식의 플랫폼, 서점

김인혜 독립출판물서점 더폴락 공동대표
김인혜 독립출판물서점 더폴락 공동대표

작은 서점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독립출판물을 취급하는 책방만 해도 전국에 50여 곳이 넘는다. 더폴락이 처음 문을 연 2012년만 해도 전국에 몇 곳 안 되었으나, 최근에는 창원과 광주에도 각 한 곳씩 문을 열어 주요 도시마다 독립출판물을 만날 수 있게 되었다. 최근 이같이 독립출판물을 다루는 서점이 늘어나고 있을 뿐 아니라, 독립책방을 다루는 출판물도 속속 발행되고 있다. 8월에만 해도 이름을 알 만한 출판사 두 곳에서 책방을 다루는 단행본 발간을 목적으로 인터뷰를 요청해와 독립책방에 대한 높아진 관심을 느낄 수 있었다.

출판사 '남해의 봄날'에서 발행한 '작은 책방, 우리 책 좀 팝시다!'는 10여 년간 책방을 운영해온 충북 괴산 '숲속 작은 책방'의 주인장이 전국의 작은 책방을 찾아다니며 각 서점의 운영 방식과 철학을 담았다. 70여 곳에 달하는 서점을 표기한 그림 지도가 부록으로 수록돼 전국 책방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했다. 얼마 전 서울 서촌에 위치한 독립서점 '가가린'이 문을 닫는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더폴락 역시 3년째 운영해오고 있으나 책방을 운영해 밥벌이하고 산다는 것이 가능할지에 대한 걱정은 아직도 완전히 해갈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런 걱정을 시원하게 날려준다. 책에서 다루고 있는 서점들은 흔히 생각하는 책을 사고파는 곳이 아니라 삶을 나누는 공간이고 문화를 공유하는 공간이다. 또 서점마다 운영 방식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그 개성과 특색 덕에 모든 공간이 그 자체로 의미를 가진다.

또 그래픽매거진 33호 'Bookshops'(북숍스)에서는 전 세계의 독립책방을 다룬다. 설립된 지 10년 이내의 독립서점 20곳을 다루고 있는데, 리서치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는 네덜란드 카스코 서점을 시작으로 아티스트북의 판매, 연구를 목표로 설립되어 소규모 출판사들을 위한 뉴욕아트북페어를 진행한 프린티드 매터, 독립출판물을 판매하고 있는 런던의 서점, 예술'사진'디자인 서적을 취급하는 일본의 서점 등 다양한 형태의 서점을 소개한다. 전 세계 사례를 통해 새로운 출판'유통문화의 흐름을 살펴볼 수 있고 무엇보다 '사양산업' 취급받으며 움츠러들었던 책과 출판의 미래가 여전히 희망적임을, 책이라는 매체가 갖는 위치가 변했음을 보여준다. 이 밖에도 2009년 창간한 질문잡지 헤드에이크는 '멈출까?'라는 제목으로 이번에 폐간호를 발간했는데, '멈춤의 장소, 서점주인의 삶'이라는 부제목을 붙여 서점주인들의 인터뷰를 실었다.

지금의 서점은 단지 책을 사고파는 곳이 아니라, 새로운 방식의 플랫폼이 되고 있다. 제대로 된 전시관에서 전시하지 못하는 예술가들의 전시관이 되기도 하고, 북아티스트들의 실험의 장, 삶의 방식을 고민하고 함께 리서치를 통해 공부하는 공간이 되기도 한다.

독립출판물서점 더폴락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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