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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태맹의 시와함께] 희망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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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근(1958~2006)

바람 부는 공단거리 해종일 쏘다녀도

아는 이 한 사람

만날 수 없고

옷 벗은 광고선전지만 날아와 발등을 덮고

지친 내 그림자가 기대고 선

공장 담벼락엔

찢겨진 낡은 포스터 (……)

어리석은 마음이 그를 생각한다

악기 공장

닫힌 철문 앞에서

원직 복직을 외치는 그의 쉰 목소리를

희망이라도 불러도 좋은 것일까

밤이면 노동상담소 졸고 있는 눈들을 깨워

분필을 잡는 그를 (……)

잠은 오지 않고

하릴없이 묵은 소설책 갈피를 뒤적이는

한밤

돌아볼 옛날도

훗날도 없는 텅 빈 시간

답답한 마음이 골목엘 나와

외롭게 제 발등을 비추고 있는

보안등 불빛을 본다

(부분, 『박영근 시선집-솔아 푸른 솔아』, 강, 2009)

미래와 과거의 시간에 가 있는 희망은 전적으로 이데올로기이다. 희망은 현재의 시간 위에 열려 있는 수많은 대문과 같은 것. 그러나 이데올로기로서의 희망은 가상도 아니고, 지배자들의 강압적 정치에 의한 것만도 아니다. 이데올로기는 지금의 이 세계를 인정하거나 승인하는 마음과 저항하는 마음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일반 대중들의 체험된 경험, 그에 기초한 일반 대중들의 상상, 그 상상을 보편화하여 하나의 대문으로 그들을 이끄는 지배 정치의 기술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나 "돌아볼 옛날도/ 훗날도 없는 텅 빈 시간"의 절망은 희망도 존재하지 않는 이데올로기의 공백이다. 그것은 정치의 공백이기도 하고 생활의 공백이기도 하다. 해고와 실직의 노동자들, 아직 높은 곳에 올라 절규하는 노동자들이 있다. 항시 해고의 위험에 처해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청년들이 있다. 빚의 늪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는 대중들이 있다. 아프지만 희망의 길은 바로 이 위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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