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앞동은 달서구, 뒷동은 서구'…황당한 행정구역

'같은 아파트, 다른 행정구역'. 대구에서 유일하게 한 아파트가 이면도로를 사이에 두고 두 개의 구에 걸쳐 있는 일신아파트 모습. 왼쪽 동은 행정구역으로 서구 상중이동, 오른쪽 동은 달서구 감삼동으로 나뉘어 있다. 성일권 기자 sungig@msnet.co.kr

'앞동은 달서구, 뒷동은 서구'.

대구 서구 일신아파트에 사는 이모(72) 씨는 같은 단지 내 다른 동으로 이사했다가 황당한 경험을 했다. 이사를 한 동의 행정구역이 서구가 아니라 달서구였기 때문이다.

이 씨는 "주민등록증부터 각종 증명서류가 다 달서구로 바뀌었다"며 "같은 아파트 단지인데 행정구역 조정을 해서 하나로 하면 편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대구 지역 내에서 행정구역이 불합리하거나 명칭이 지명과 혼란을 일으키는 공공시설물에 대한 조정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10개 동인 일신아파트는 서구 상중이동과 달서구 감삼동에 각각 8개, 2개의 동으로 나뉘어 있다.

달서구청 관계자는 "통상 행정구역 경계는 도로 등 뚜렷한 지형지물을 경계로 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곳은 좁은 이면도로가 경계여서 주민의 불편이 계속돼 왔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달서구청은 1994년부터 경계조정을 추진해왔다. 2개 동을 서구로 편입시키는 것에 대해서 논의가 이뤄졌지만 61.2%의 주민이 반대하면서 무산됐다. 이후에도 몇 차례 구역 조정을 검토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바로 옆 죽전동의 단독주택단지 역시 블록을 중심으로 서구 상중이동과 양분돼 주민들의 불편과 민원이 계속되고 있다. 앞집은 서구, 뒷집은 달서구로 돼 있어 혼란이 계속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달서구청은 지난해 9월 경계가 모호한 상중이동의 단독주택 구역(0.007㎢)을 죽전동으로 편입해줄 것을 대구시에 건의한 상태다. 대구시 관계자는 "주민생활권과 행정권의 불일치로 민원처리 등 혼란이 발생해 경계조정이 필요하지만 주소에 따라 부동산 가격이 차이를 보이는 등 이해관계가 맞물려 있어 모두가 만족하는 합리적인 조정안 마련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명칭이 해당 지명과 맞지 않아 혼란을 주는 곳도 상당하다.

북부정류장은 서구에 위치해 있고 서부정류장은 남구 대명동, 서대구고속버스터미널은 북구에 있어 초행길인 외지 사람들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또 과거 행정구역이 서구 내당동이었던 내당초등학교는 달서구가 분구되면서 두류동에 편입됐지만 여전히 내당초교 교명을 사용하고 있다.

대구시의회 김의식 의원은 "동구 혁신도시와 달성군 테크노폴리스 등이 조성되면서 대구 도심이 외곽으로 넓어지고 있는 만큼 구 도심지 내 불합리한 행정 경계 지역에 대한 재조정이 필요하다"며 "문제가 있는 한두 곳이 아니라 대구시 전체를 두고 장기적인 성장과 변화를 고려한 조정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