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반가운 일본 법원의 피폭자 치료비 전액 지급 판결

일본 최고재판소가 일본 정부더러 한국인 원폭 피해자들에게도 일본인 피해자와 똑같이 치료비 전액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일본인 피폭자에게는 의료비를 전액 지원하면서 일본 외 거주 피폭자에 대해서는 의료비 상한액을 30만엔으로 정한 것은 잘못이라는 것이다. 대구에 사는 이홍현(69) 씨 등 한국인 원폭 피해자 3명은 이것이 '차별'이라며 소송을 냈고 1, 2심에 이어 최종적으로 이겼다.

일본후생노동성은 세계에 약 4천300명의 재외 피폭자가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 가운데 한국인이 2천600여 명 정도고, 대구에 450명 정도가 살고 있다. 일본 정부는 그동안 일본과 의료 제도가 다르다는 이유로 이들에 대해 의료비 전액 지원을 거부해왔다. 이는 재외 피폭자 대다수가 한국인이라는 점을 의식한 명백한 차별이다.

전후 일본이 만든 '피폭자 원호법'은 '어디에 있어도 피폭자'라는 것이 기본정신이다. 그러면서도 일본 정부는 자국민이 해외에 거주할 때는 이런 기본 정신에 입각해 의료비를 전액 지급하고 재외 피폭자에게는 정작 이 규정을 적용하지 않았다. 이번에 일본 법원은 이런 법 앞의 불평등을 바로잡았다. 한국인 피폭자를 지원해 온 이치바 준코 씨는 최종심에서 승리한 후 '40년 걸려 이긴 날'이라고 했다. 이 씨가 소송을 시작한 것은 4년 전이지만 그동안 수많은 유사 소송이 있었던 결과물이라는 뜻이다.

그 세월 동안 피폭자들이 겪은 참담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이 씨만 하더라도 피폭 때 어머니 배 속에 있었다. 성장하며 몸에 흰 반점이 생기고 툭하면 코피를 쏟았다. 고혈압과 만성심(心)부전증에 시달리다 37세가 되어서야 피폭 후유증을 인정받았다. 그 후에도 늘 치료비 걱정 속에 살아야 했다.

늦었지만 일본 정부는 한국인 피폭자들에게 진정으로 사과하고 반성해야 한다. 피폭자들의 의료비를 재정산하고 보상해야 한다. 그것이 전쟁의 책임에서 벗어나려 발버둥치는 아베정부가 도덕적으로 해야 할 임무다. 아울러 우리 정부 역시 적극적으로 피폭자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 아무리 일본의 책임이 크다지만 그들 역시 한국인이다. 일본이 아닌 한국 정부의 보호를 먼저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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