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국민공천제(오픈프라이머리) 관철을 위해 승부수를 던졌다. 바로 안심번호 국민공천제이다. 안심번호 국민공천제는 김 대표가 애초 구상했던 미국식 오픈프라이머리와는 거리가 있긴 하지만 도입될 경우 특정인이나 특정세력이 선거에 나설 후보를 공천하는 데 지나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을 차단할 수 있다. 국민이 직접 후보를 결정한다는 점에서 안심번호제는 공천혁명에 정치생명을 걸겠다고 공언한 김 대표의 개혁상징물로 부각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그러나 친박계는 즉각 야당의 손을 들어줬다며 김 대표를 향해 포문을 열었다. 이 제도의 시행 여부를 떠나 새누리당 내의 친박-비박 대결이 임박한 것으로 보인다.
◆김무성 '친박의 벽' 넘나
김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이 유엔 총회 참석 차 국내를 비운 사이 전광석화처럼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와의 회동을 통해 잠정 합의를 끌어냈다. 이런 탓에 친박계로서는 이번 잠정합의에 허를 찔린 모습이다. 오픈프라이머리의 대안을 요구하며 김 대표에게 포문을 열었던 친박계로서는 불의의 역습을 당한 모양새가 됐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이번 잠정합의를 '김무성의 9'28 수복'이라고 비유하기도 한다. 여야 대표 회동 날짜와 6'25전쟁 때 인천상륙작전의 성공에 힘입어 서울 광화문에 태극기가 다시 휘날린 날이 공교롭게도 같은 9월 28일인 점에서 붙여진 것.
오픈프라이머리를 두고 여권 내 판세는 김 대표가 친박계의 압박에 코너로 몰리는 형국이었다. 대통령 정무특보인 윤상현 의원, 친박 원로격인 서청원 최고위원, 친박 핵심 홍문종 전 사무총장 등 친박계는 '오픈프라이머리 불가론'을 강하게 주장해왔다. 문 대표와 회동을 통해 반전의 기회를 잡은 김 대표로서는 30일 의원총회를 어떻게 넘기느냐가 친박-비박 대결에서 첫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는 의총에서 의원들을 설득하고, 한편으로는 국민에게 공천권을 돌려준다는 명분을 손에 쥐고 국민을 직접 상대하며 지지를 유도할 가능성이 크다. 김 대표는 29일 "안심번호가 마치 새정치연합의 고유 정책인 듯 오해하는데 이는 천만의 말씀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도 오래전부터 필요하다고 했고, 우리 당에서도 당헌당규에 여론조사를 50% 반영할 수 있도록 해 놨다"고 강조했다.
앞서 김 대표가 국민공천제 도입에 "정치 생명을 걸겠다"고 하고, "전략공천을 단 한 명도 하지 않겠다"고 목소리를 높인 것도 특정 계파나 유력 정치인의 공천 개입을 막겠다는 소신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 당내 추인까지는 험로가 예상된다.
◆안심번호제 도입 배경은
김 대표는 유승민 전 원내대표와 일부 비박계 인사들을 규합해 새누리당 내 '신'주류를 형성하면서 청와대와 비주류로 전락한 친박계의 끊임없는 견제를 받아왔다. 공무원연금법 개정 과정과 국회법 개정 파동에서 불거진 당청 갈등으로 유승민 전 원내대표가 물러나면서 친박계의 타깃은 김 대표에게로 직접 향하기 시작했다. 공교롭게 최근 김 대표 사위의 마약 투약 사실까지 드러나자 '김무성 흔들기'가 본격화했다는 추측까지 나돌며 시련기를 맞았다.
청와대와 친박계의 공세는 내년 공천권을 둘러싼 지분 확보와 박 대통령의 안정적인 국정 지원세력 구축의 필요성 때문이다. 퇴임 후의 안전판까지도 염두에 둔 포석이다. 여기에는 오픈프라이머리가 최대 방해물이었다. 완전한 오픈프라이머리는 공천에 힘을 쓰려는 친박계의 설 자리를 좁힌다. 박 대통령 입김도 약화된다.
친박계와 김 대표는 공천을 두고 상반된 이해관계를 갖고 있는 것이다. 김 대표 흔들기를 통한 공천지분 확보가 사실상 친박계와 청와대의 지상과제였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오픈프라이머리는 야당과 동시에 해야 하는 한계를 갖고 있었다. 야당과의 합의는 물론 친박계가 가진 극도의 거부감도 극복해야 하는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김 대표는 그래서 안심번호라는 '제3의 길'을 모색할 수밖에 없었다.
안심번호제 도입 카드는 김 대표가 친박계를 향해 반격을 가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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