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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달해의 엔터 인사이트] 추석 연휴 '맛보기' 예능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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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정규 편성 대열에 오를까?

SBS K밥스타 어머니가 누구니
SBS K밥스타 어머니가 누구니
KBS 전무후무 전현무쇼
KBS 전무후무 전현무쇼
여우사이
여우사이
SBS 심폐소생송
SBS 심폐소생송

해마다 명절 연휴기간이면 각 방송사들이 파일럿 프로그램을 내보내며 '평가전'을 갖는다. 일회성 특집 프로그램을 제작하느니 준비 중이던 새 예능프로그램을 방영해 시청자 반응을 살펴보고 차후 정규 편성을 논의하는 식이다. 시청자들의 입장에선 천편일률적인 명절 특집 예능과 교훈적인 내용으로 일관하던 특집 드라마 대신 참신한 포맷의 새 프로그램을 접할 수 있어 나쁠 게 없다. 방송사에서도 '평가전'을 통해 검증의 시간을 가지며 안전하게 후일을 도모할 수 있어 좋다. 지난 추석 연휴 중에도 방송사별로 치열한 파일럿 예능대전이 펼쳐졌다. 그리고 연휴가 끝나자마자 시청률 및 반응을 두고 정규편성 논의가 시작됐다. 짧게는 내년 상반기, 길게는 2016년을 지탱할 프로그램 탄생 여부에 대한 결정이라 머리싸움도 치열하다.

◆MBC, 성공적 파일럿 시연

MBC는 최근 지상파 3사 중 예능 방면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보이고 있다. CJ E&M과 JTBC 등 비지상파들이 신흥 강자로 떠오르는 와중에도 기발하고 참신한 프로그램을 내놔 호평을 들었다. 올 4월 첫 방송된 '복면가왕'과 '마이 리틀 텔레비전' 등이 대표적인 예다. 아이디어와 패기로 승부를 거는 비지상파의 히트작 못지않게 과감한 시도와 완성도, 또 장기 레이스가 가능한 구성을 선보이며2015년 히트작 반열에 오른 프로그램들이다. 이 두 편 역시 지난 설에 파일럿으로 첫선을 보인 후 긍정적인 반응을 얻어 정규편성됐다. 이처럼 MBC가 명절 연휴 기간에 단순 실험작이 아닌 정규 가능성이 높은 예능을 주로 선보였던 만큼 이번 추석에 선보인 파일럿 프로그램에도 기대감이 커져 있었던 게 사실이다.

결과는 역시 성공적. 전반적으로 이번 파일럿 프로그램들에 대한 반응은 긍정적이다. 그중 '듀엣가요제 8+'는 7%의 높은 시청률(연휴 기간 방송되는 파일럿 프로그램으로선 이례적이라 할 만큼 좋은 성적)과 함께 호응을 얻어 정규편성 가능성을 높였다. 걸그룹 8팀을 대표하는 멤버들이 일반인과 함께 구성하는 무대를 보여주는, 최근 유행하고 있는 음악예능의 포맷을 가진 프로그램. 걸그룹 보컬들의 넘치는 끼와 의외로 뛰어난 가창력, 그리고 일반인들과 만들어낸 화음 등 볼거리와 들을거리를 방출해 호평을 들었다. '히든싱어'에 이어 '복면가왕' 등 음악 예능이 하나 둘 만들어지고 있는 분위기라 '포화상태로 치닫는 게 아니냐'는 불안감이 있는 것도 사실. 하지만, 아직 시청자들이 '질린다'는 생각을 하기 전이라 당분간은 새로운 프로그램을 시도해봐도 승산이 있을 거란 생각이다. 단, 완성도와 재미에 충실해야만 한다.

'능력자들' 역시 6.5%의 시청률과 함께 호평을 끌어냈다. 2015년 하반기의 트렌드 중 하나인 '취향'이란 단어를 부각시켜 개인의 관심거리가 뭔지 살펴보는 예능 프로그램이다. 흔히 '오타쿠' 또는 '덕후'라고 부르는 마니아들을 만나고 한 분야에 대해 해박한 그들의 지식을 살펴보는 등 예상치 못한 접근으로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충족시켰다. '마이 리틀 텔레비전'의 성공에 힘입어 MBC 예능국 PD들이 소재와 대상의 선정 폭을 좀 더 넓힌 것으로 보인다. 가족예능을 추구한 '위대한 유산' 역시 스타 가족의 스토리로 호기심을 자극하는가 하면 몰입도 높은 감동 코드로 설득력을 높였다.

 

반면, 노홍철과 여행작가 태원준 등을 내세워 이들의 저비용 해외여행기를 보여준 '잉여들의 히치하이킹'은 '그저 그렇다'는 평가와 함께 정규편성 대상에서 멀어졌다. 동명의 저예산 독립다큐멘터리를 차용해 만든 프로그램. 하지만 상영 당시 젊은층 관객들의 지지를 얻었던 원작과 달리 방송용 '잉여'들은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어게인 인기가요 베스트 50'도 '손봐야 할 구석이 많다'는 평가와 함께 아쉬운 성적표를 받아야 했다. '무한도전-토토가'에 이어 1990년대 추억의 가요와 가수들을 소환했지만 어설픈 구성으로 아쉬움을 남겼다.

◆KBS, '전현무쇼' 등 의외의 시도 눈길

최근 KBS 예능국은 기존 히트작의 인기를 뛰어넘을 만한 신작을 내놓지 못해 상대적으로 타사에 밀리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 '불후의 명곡' '1박2일' '개그콘서트' 등 인기 예능이 기둥 역할을 해주고 있지만 그나마도 답보상태에 머물고 있다. 주말 저녁을 휘어잡던 '슈퍼맨이 돌아왔다'도 MBC '복면가왕'에 밀려 왕좌를 빼앗겼다. 공영방송의 특성상 비지상파처럼 통통 튀는 아이디어나 과감한 시도는 배제, 정통성에 기반을 두고 재미를 주려다 보니 '시대에 뒤떨어진 기획'이란 혹평을 듣기도 한다. 활력을 불어넣어 줄 신선한 새 예능프로그램의 등장이 절실한

기다. 그러나 이번 추석 연휴기간 살펴본 파일럿 프로그램에 대한 반응이 기대에 못 미쳐 아쉬움을 남겼다.

그나마 필자의 눈길을 사로잡은 건 '전무후무 전현무쇼'다. MC 전현무를 단독으로 내세운 프로그램이다. 토크쇼와 야외 버라이어티, 뉴스 등 다채로운 코너로 구성됐으며 거의 모든 부분에 전현무가 직접 관여하고 등장했다. 전현무가 기자와 앵커로 1인 2역을 소화해 뉴스 코너를 구성하는가 하면 어설픈 서바이벌 게임을 진행해 웃음을 유도하기도 했다. 문제는 국내 시청자들이 아직까지 '병맛'에 크게 반응하지 않는다는 것. 그래서 '병맛 코드'를 사용하려면 고도의 구성과 치밀한 연출이 있어야만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전현무쇼'는 점잖은 방송 KBS가 만든 프로그램답게 '병맛 코드'를 재치있게 요리하지 못해 '뛰어나오다 멈춰버리는 듯한' 느낌을 줬다. 아이디어는 나쁘지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전현무 개인의 능력에 일방적으로 기대는 느낌이 강해 '팀워크'를 찾아보긴 힘들었다. 구성을 보완해 좀 더 대중적이고 설득력 있는 웃음을 끌어내지 못한다면 다수 시청자들을 끌어들이긴 쉽지 않을 듯하다. '병맛'을 좋아하는 필자 역시 어설픈 '병맛'을 두 번 이상 볼 자신이 없다.

'여우사이'는 라디오 방송 준비과정 및 생방송 과정 등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새로운 개념의 프로그램으로 일단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데는 성공했다.

◆SBS, 적은 수의 파일럿으로 의외의 성과

SBS 예능국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이어지고 있는 슬럼프에 고개를 떨구고 있다. 유재석과 김구라를 전면에 내세워 야심 차게 기획한 '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가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두고 있으며, '대세' 백종원을 기용한 '백종원의 3대 천왕'도 '짜깁기 프로그램'이란 오명 속에 현상 유지만 하고 있다. '런닝맨' 등 기존 인기 프로그램의 존재감마저 없다면 연명하기조차 힘들 지경이다. 무섭게 성장하고 있는 비지상파와의 경쟁에 있어서도 상대적으로 뒤처지는 느낌이 강하다. 참신한 신작 예능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시점이다.

일단, 이번 추석에는 두 편의 파일럿 프로그램을 내보내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 타사에 비해 적은 숫자. 하지만 리뉴얼한 '뉴 스타킹'을 비롯해 두 편의 파일럿 프로그램이 거둔 성적이 꽤나 좋은 편이다. 먼저 파일럿 '심폐소생송'은 가수들의 앨범을 뒤져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명곡 반열에 들만 한 노래를 찾아 새롭게 불러보는 형식으로 화제가 됐다. 방송 당시 포털사이트 검색어 순위 정상을 차지하는 등 순식간에 이목을 집중시켰다. 당장 정규편성이 가능할 정도로 파급력이 있다는 말을 들었지만, 유사성에 대한 아쉬움이 제기됐다. 앞서 JTBC가 선을 보인 '투유 프로젝트-슈가맨을 찾아서'와 포맷이 비슷해 '구성을 바꿔야 하는 게 아니냐'는 말을 듣고 있다.

'K밥스타 어머니가 누구니'도 방영 당시 8.1%란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스타 가족들이 자신들만의 레시피로 요리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요즘 범람하고 있는 '쿡방'의 일종이다. 일단, '쿡방'의 유행 속에 시청자들의 눈길을 휘어잡는 데는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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