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국가만 뛴 신용등급, 기업은 곳곳 비상등

외환위기 이후 최대 하향세…S&P, 잇따라 신용위험 경고

국가신용등급은 상향 조정됐으나 국내 기업들의 신용등급은 외환위기 이후 최대 하향세를 보이고 있다. 유가 하락과 세계 교역 둔화 등의 영향으로 한국의 수출과 수입이 9개월째 감소세를 지속했다. 매일신문 DB
국가신용등급은 상향 조정됐으나 국내 기업들의 신용등급은 외환위기 이후 최대 하향세를 보이고 있다. 유가 하락과 세계 교역 둔화 등의 영향으로 한국의 수출과 수입이 9개월째 감소세를 지속했다. 매일신문 DB

국가신용등급은 상향 조정됐으나 국내 기업들의 신용등급은 외환위기 이후 최대 하향세를 보이는 이상기류가 감지됐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달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올렸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사가 국내 기업들에 대해서는 신용위험을 경고하고 나선 것이다.

국내 기업의 하향세가 이어질 경우 모처럼 만에 오르고 있는 국가신용등급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정부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기업들의 추락

최근 국제신용평가사 S&P에서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AA-로 상향 조정했다. 외환위기 이후 최고 좋은 점수를 받은 것이다. 하지만 국내 기업들의 성적은 정반대이다. 외환위기 이후 최대치에 이른 기업신용등급 강등 사태가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들의 현황은 추가 신용등급 하락 우려에 금리 10%대 회사채 기업어음(CP)이 등장하고, 잇단 회사채 수요예측 실패로 기업들의 자금 조달 환경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정부에 따르면 이런 추세가 계속될 경우 한국 경제위기를 부채질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최근 나이스신용평가는 동국제강의 신용등급을 BBB+에서 두 단계 낮은 BBB-로 하향 조정했다. 기관투자가들이 급매물을 내놓으면서 동국제강 회사채 금리는 10%대로 치솟았다.

대우조선해양의 기업어음(CP) 금리(장외 매도호가 기준)는 연 18%까지 급등했다. 국내 기업이 발행한 CP 금리가 연 20%에 육박할 정도로 치솟은 것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대우조선해양 신용등급은 2014년 하반기까지 AA-로 유지됐으나 1년 만에 다섯 등급 하락해 BBB까지 떨어졌고, 신용등급 AA-인 LG상사는 지난 상반기 총 2천억원 규모 회사채 발행을 위해 실시한 수요예측에서 투자자를 구하지 못해 500억원어치를 팔지 못했다.

문제는 올해 3분기 기준 국내 신용평가사 3사의 기업에 대한 신용등급 하락 현상이 건설, 조선을 비롯해 항공, 유통, 음식료 등 여러 업종에서 전방위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내 대표 항공사인 대한항공(A→BBB+)과 아시아나항공(A→BBB)의 신용등급이 동반 하락했고, 백화점과 대형마트를 거느린 신세계도 상반기 등급이 AA+에서 10년 만에 AA로 하락했다.

◆국가 경제 적신호

기업의 부진으로 국내 경제의 무역 1조달러 시대가 4년 만에 무너졌다. 유가 하락과 세계 교역 둔화 등의 영향으로 한국의 수출과 수입이 9개월째 감소세를 지속했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9월 수출액이 전년 동월보다 8.3% 줄어든 435억1천만달러로 잠정 집계됐다고 최근 발표했다. 6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던 지난 8월(14.9%)보다는 개선됐지만, 올 들어 지속된 수출 감소 행진에선 벗어나지 못했다. 수입액은 345억6천만달러로 1년 전보다 21.8% 줄었다. 2009년 9월(-24.7%) 이후 6년 만에 가장 큰 감소폭이다. 수출보다 수입이 더 줄면서 흑자는 89억5천만달러로 작년 9월(33억달러)의 세 배 가까이 많아졌다. 무역수지 흑자는 2012년 2월 이후 44개월째다.

수출과 수입이 감소한 데는 국제유가 하락의 영향이 컸다는 게 정부 측 설명이다. 유가가 떨어지면서 석유제품과 석유화학 등 한국 주력 수출품목의 단가도 함께 낮아졌고, 원자재 가격이 떨어지면서 수입도 크게 줄었다는 것이다.

올해 3분기까지 한국의 무역 규모는 7천279억달러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8천212억달러)보다 11.4% 줄었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무역 규모는 9천600억달러 남짓에 그칠 가능성이 크고 2011년 이후 4년간 이어진 '연간 무역 규모 1조달러' 시대는 올해 막을 내릴 가능성이 커졌다.

◆기업발 경제위기 차단될까

정부가 기업발 경제위기에 발벗고 나섰으나 효과는 미지수이다. 최근 금융권을 중심으로 산업 생태계 전반을 아우르는 범부처적 산업 구조조정 움직임이 일고 있다. 정부 주도의 산업 구조조정을 통해 우리 경제 회생의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내년 선거를 앞둔 정치적인 상황과 현재 경제부처의 리더십 수준을 감안할 때 산업 구조조정이 성공하기 어렵다는 회의론도 제기된다.

구조조정과 관련해 경기회복을 전제로 일시적 유동성 위기 기업에 대한 채권단의 긴급 자금 투입 방식으로 진행해왔던 그간의 구조조정 패러다임을 버리고 정부 부처와 함께 국가 차원의 산업정책 큰 그림을 다시 그려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산업부처는 최근 대표적인 공급과잉 업종인 석유화학, 시멘트 업종을 시작으로 업계 자율적으로 공급량을 줄여 나가기로 하는 등 공급량 조절에 나선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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