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임과 분식회계 혐의로 기소돼 이달 14일 항소심 선고를 앞두고 있는 강덕수(64) 전 STX 회장을 선처해달라는 탄원이 지역 경제계에서 이어지고 있다. 대구상공회의소와 경상북도 상공회의소협의회는 "임해 지역이 아님에도 선박부품회사인 STX엔파코(현 STX중공업)를 지역에 설립하고 IMF 외환위기 때 지역경제의 어려움 해결에 누구보다 앞장섰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상공회의소 등에 따르면 경영계뿐만 아니라 STX 협력업체와 계열사 임직원, 노조와 장학재단 장학생까지도 강 전 회장의 선처를 부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강 전 회장이 개인적 축재가 아니라, 오로지 기업을 살리기 위한 과정에서 발생한 잘못임을 살펴주기를 바란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강 전 회장은 한때 매출규모 30조원, 재계 12위 그룹의 총수였지만 현재는 모든 지분과 경영권을 잃고 남은 재산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강 전 회장은 계열사에 대한 지원이 배임으로 간주돼 재판을 받고 있으나, 국내에서는 기업인에 대한 배임혐의가 지나치게 광범위하게 해석돼 경영활동을 위축시키고 있다는 의견도 업계와 학계를 중심으로 대두하고 있는 상황이다.
2000년대에 자수성가한 몇 안 되는 기업 총수 중 한 명인 강 전 회장은 공격적인 투자와 빠른 투자비 회수를 앞세우는 안정화 전략으로 신생기업인 STX를 재계 12위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그러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교역량이 급감하고 사업현황이 악화하면서 강 전 회장의 과감한 투자는 부메랑으로 돌아왔고, 수직계열화가 강점인 기업이 무너지면서 그룹을 살리고자 했던 투자들이 배임죄로 돌아왔다.
이에 대해 재계에서는 "경영 판단이 실패로 돌아갔을 때 대규모 투자에 따른 손실을 배임죄로 처벌한다면 어느 경영자가 과감한 투자를 할 수 있겠느냐?"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또 한국에서는 아무리 성공 투자가 많아도 단 하나의 실패 투자로 배임으로 몰릴 수 있다면서 미국이나 중국과 달리 한국 청년들이 도전과 창업을 주저하게 하는 요인으로도 작용하지 않겠느냐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이처럼 지역 경제계를 비롯한 각계각층이 한목소리로 강 전 회장의 선처를 호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재판부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한편 강 전 회장은 계열사 자금 2천841억원을 개인회사에 부당지원하고, 2조3천억원대 분식회계로 9천억원대 사기대출을 받았으며 1조7천500억원어치 회사채를 발행한 혐의 등으로 지난해 5월 구속기소돼 1심에서 징역 6년을 선고받았다. 검찰은 지난달 30일 횡령'배임 등 기업범죄 혐의로 기소된 강 전 회장에 대한 항소심에서도 1심 구형량과 같은 징역 10년을 구형했다. 강 전 회장은 항소심에서 "분식회계 사실을 꿈에도 알지 못했다"며 "실패한 경영자이지만 파렴치하거나 부도덕한 경영자는 아니었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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