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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 3포, 5포, 하지만 열정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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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포'와 '5포'도 모자라 이제는 'N포 세대'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취업이 힘든 젊은이들을 가리키는 말이다. '포'는 포기하는 것의 가짓수를 가리킨다. 벌이가 없으니 연애도, 결혼도, 출산도, 인간관계나 집, 심지어 꿈도 포기한 세대라는 섬뜩한 수식어이다.

청년 취업난이라는 심각한 사회현상을 역설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잘' 만들어진 개념이긴 하지만, 그러지 않아도 팍팍한 현실의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는 2030 젊은이들에게 '주홍글씨' 같은 꼬리표가 따라다니는 것이 몹시 씁쓸하다.

왜냐하면 이미 상용화된 이 개념들이 사회적 현상으로서의 청년 취업난을 중립적으로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작금의 이른바 '취준생'(취업준비생)들을 규정하는 가치 판단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말이 씨가 된다'는 옛말이 있듯이, 우리 의식은 대부분 언어적 개념을 통해 표현되고, 동시에 언어적 개념은 의식의 많은 부분들을 규정한다. 따라서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이 스스로를 3포, 5포, N포라고 인식하는 순간, 그들은 최소한 정서적으로 3포, 5포, N포 세대가 되고 만다. 그런데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 개념들에 반영된 세계관이다. 모든 것을 경제적 논리에서 출발해, 돈이 없으니 연애도, 결혼도, 출산도, 인간관계도 할 수 없다는 말이다.

그런데 한번 생각해 보자.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내 일생의 반려자를 찾아 열렬히 사랑하는 일이 혹은 자기정체성을 확립시켜 사회적 존재로 살아가게 할 직업을 찾는 일이 언제 한 번 쉬운 적이 있었던가?

아주 냉정하게 말하자면 돈이 없어 결혼을 못하는 것은 불행이 아니다. 오히려 모든 조건을 갖추었지만 진정 사랑하는 사람이 나타나지 않는다면, 그것이야말로 불행 중 불행이다. 사랑하는 사람은 있지만 경제적 조건 때문에 결혼하지 못하는 것이 보편적 현상이 된다면, 지금까지의 결혼제도가 이제 그 유효성을 다했다는 것이고, 그에 대한 대안이 자연적으로 제시될 것이다. 삶은 함께 갖추어가는 과정인데, 이제 모두들 갖추어진 상태에서의 출발을 원하니 '결포자'(결혼포기자)가 속출하는 것이 아닌가? 돈이라는 현실쯤이야 사랑으로 극복할 수 있다는 근성과 열정은 도대체 어디로 간 것일까?

마찬가지로 직장을 구하지 못하는 것은 결코 가장 큰 불행이 아니다. 사람은 없고 일만 남아 있는 우리네 일터, 오히려 부속으로 전락해 자아를 잃어가고, 소모되고, 버려지는 직장생활이 진정한 불행 아닐까? 그리고 그 말로가 뻔히 내다보이지만 어쩔 수 없이 기생할 수밖에 없는 절망적인 현실, 그것이 진정한 비극이요, 진정한 불행이다.

사랑도 직장도 어차피 어려운 일, 젊은이들이 열정을 꺼트리지 않고 현실의 무게를 잘 감당할 수 있도록 희망을 불어넣어 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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