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에게 야영이란 본디 선사시대부터 수렵 및 유목 생활에 동반되는 고단한 일상이었으며 때로는 원정 전쟁의 숙영 수단으로, 오늘날의 목가적이고 여유로운 가족 레저와는 상반된 태생과 모습을 가지고 있었다.
사실 지금의 캠핑 역시 자세히 들여다보면 짐들을 싣고 나르고, 거친 노지에 잠자리와 주방 등 제반 시설을 꾸리는 것이 여간 번거롭고 고생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가히 '붐'이라 할 수 있는 오늘날 캠핑 동호인들의 양적 증가는 그런 수고스러움을 충분히 상쇄하고, 그것을 뛰어넘는 매력이 있음을 방증하는 게 아닐까 싶다.
이러한 캠핑의 인기에 부합하여 캠핑 용품 역시 신소재와 첨단 기술력의 도움으로 경량'소형화되고 폴딩 시스템이 도입되는 등 과거와는 비교가 무색하게 휴대성이 향상되고 있으며, 실내 시설에 근접한 편의 기능을 제공하는 등 눈부신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경관 좋은 산천의 요지는 원터치로 집안처럼 밤을 밝혀주는 LED 조명과 각종 편리한 조리기구들, 사시사철 온수와 전기 사용이 가능하며 깨끗한 화장실을 갖춘 오토 캠핑장들도 즐비하여 캠핑에서도 가전제품들을 일상과 다름없이 쓸 수 있고, 부족함 없는 청결을 유지할 수도 있다. 물론 열거한 편리함들로 인해 더 많은 동호인이 부담 없이 캠핑을 즐길 수 있게 되고, 여성이나 어린아이 등 야외생활이 불편할 수 있는 소외층을 유인함으로써 캠핑이 남녀노소,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공동의 레저 문화 활동으로 자리 잡는 데 지대한 공헌을 한 것은 부정할 수 없지만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 했던가. 점점 펜션과 다름없어지는 장비와 시설에 캠핑 본연의 매력이 반감될 수 있다는 것 역시 간과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런 까닭에 캠핑이 본래 가졌던 자연스러운 불편함을 즐기고, 인공 정원 같은 오토 캠핑장의 테두리를 벗어나 현대적 장비를 최소화하여 자연의 풍경 속에 어우러짐을 지향하는 아날로그 캠퍼들이 늘고 있다.
적극적인 아날로그 캠퍼들 중에는 인공적인 장비의 요소를 제거하느라 나뭇가지를 깎아 텐트의 폴대를 만들어 사용하고, 버너의 안정적인 화력을 포기하고 화로대를 이용한 장작불을 이용해 모든 조리를 해결하며 필수불가결한 준비물 외에는 현지 자급을 추구하기도 한다. 정확히 그 방법이나 사전적 의미를 정의할 수는 없지만, 독창성 있는 예쁜 캠핑 소품이나 자가 제작품(DIY)으로 사이트를 꾸밈으로써 대량 생산용품의 획일적인 조합에서 탈피하고, 간편한 전기와 가스불의 유혹을 거부하고 흔들리는 촛불과 같은 재래식 랜턴 아래에서 침침한 밤을 즐기며 조금이나마 자연의 큰 그림에 어우러지도록 모양을 연출해 보는 것도 그중 한 가지 방법일 것이다. 아날로그 캠핑이라는 캠핑 안의 또 하나의 흐름이 겉모습에만 그 기준이 있는 것은 아니고 자연의 한 자락에 얹혀 최대한 자연스럽게 즐기려는 마음가짐, 그 자체가 항구적 지향점이기에 넓은 범주로 본다면 백패킹이나 비박 등도 해당하는 좋은 사례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흐르는 계곡 물소리 들리는 개울가 자갈밭에서 십시일반 구해온 장작불을 지펴서 만들어낸 조촐한 식사를 즐기고, 까다로운 점화 과정을 요구하는 빈티지 랜턴으로 밝힌 밤 공기에 술 한잔 기울이며 올려다본 하늘에는 별이 쏟아질 듯 펼쳐지며, 늦은 밤에 이르러야 거친 자갈밭일지언정 몸을 뉘어 잠을 청하지만 그 어떤 스위트룸의 값비싼 매트리스보다 달게 몸을 감싸준다. 전날의 피로와 잠든 시간과 무관하게 청량한 새소리와 따사로운 햇살의 기운에 저절로 눈을 떠 차가운 계곡물에 얼굴을 담근다. 차가움 이상의 신선한 기운이 전류처럼 번쩍거리며 온몸의 신경을 타고 일상에 익숙해진 오감의 한계를 뚫어주는 느낌이다. 간단히 노지에서 차린 아침 식사를 마치고 차 한잔 마시며 다시금 둘러보는 주변 절경에는 요즘 자주 회자되는 '힐링'이란 단어로 굳이 부연을 하지 않더라도 몸과 마음 구석구석 말 그대로 치유해 주는 느낌이다.
비록 오랜 문명 생활로 더 이상 야생의 본능은 희미해졌더라도, 인간의 유전자 말미에 티끌만치라도 남아있는 에덴동산, 지켜야 할 것은 적고, 누릴 수 있는 것은 많은 유토피아, 자연 자체에 대한 동경과 막연한 의지가 지금 일고 있는 캠핑 붐의 근본적 원동력은 아닐까. 그렇기에 가뜩이나 번거로운 캠핑에서 더 나아가 자연의 언저리에서나마 자연스러움을 온몸으로 즐기며 야생에 다가가는 것, 그것이 이른바 캠핑 본연의 매력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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