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정치사의 '거산'(巨山)이었던 김영삼 전 대통령의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빈소에는 지난 60년 한국 현대사의 굴곡 많은 정치판을 수놓았던 주인공들이 쉼 없이 등장했다.
국가장 첫날인 22일에는 과거 김 전 대통령을 보필했던 측근부터 파트너, 정적(政敵)들까지 다양한 인물들이 세대와 정파를 가리지 않고 등장해 김 전 대통령의 서거를 슬퍼하고 영면을 기원했다.
'상도동계'란 별칭으로 불렸던 민주계 인사들부터, 숙명의 경쟁자이자 동지였던 김대중 전 대통령의 '동교동계' 인사들까지 앞다퉈 달려왔다. 김 전 대통령과는 반대편에 섰던 옛 공화당계와 3당 합당으로 한배를 탔던 민정계 인사들도 눈에 띄었다.
70년 YS DJ와 함께 40대 기수론의 한 축을 맡았던 이철승(94) 전 신민당 총재와 김수한(88) 전 국회의장, 박관용(78) 전 국회의장 등이 빈소를 찾았고, 최측근이었던 최형우(81) 전 내무부 장관은 몸이 불편한데도 한달음에 달려와 오열했다. 상도동계 핵심 멤버였던 김덕룡(74) 전 의원과 새누리당 서청원(72) 최고위원도 자리를 지켰다. 14대와 15대 총선 때 김 전 대통령이 직접 발탁했던 이명박 전 대통령,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와 이인제 의원이 고인을 기렸고, YS의 탁월한 용인술을 엿보게 한 이재오 의원, 김문수 전 경기지사,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도 조문 행렬에 동참했다.
YS라는 뿌리는 같았지만 상도동계 인사들은 시간이 흐르면서 여권 내부에서 분화하며 서로 다른 길을 가기도 했다.
김 전 대통령과 민주계는 2007년 대선 경선 당시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이 맞붙었을 때 이 전 대통령을 지지했지만,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서청원 최고위원, 홍사덕 전 의원 등 일부 상도동계 인사는 박 대통령의 캠프에 합류했다. 그러나 이들도 빈소에서는 상도동계 YS맨으로 하나가 됐다.
상도동계 마지막 세대인 정병국 의원과 상도동계는 아니지만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젊은 초선 의원들도 모습을 보였다.
젊은 초선 의원들은 'YS 키즈'인 김무성 대표와 서청원 최고위원 등이 키워낸 대를 이은 '3세대들'이었다. YS 빈소에서 한국 정치사의 인맥 흐름이 또 다른 새 세대로 넘어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야권에서는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와 문희상'유인태'전병헌 의원, 김부겸 전 의원 등이 조문을 왔고, 정대철'한화갑'정동영 전 의원도 직접 빈소를 다녀갔다.
'공화'민정계' 출신으로는 김종필 전 국무총리, 박희태 전 국회의장 등이 고인을 애도했다. 민자당 대선후보 선출 과정에서 YS에 맞섰다 DJ 진영으로 간 이종찬 전 의원도 빈소를 찾아 고인을 기렸다.
이날 빈소에 모인 노'장'청의 정치인들은 세대와 정파를 가리지 않고 김 전 대통령과의 추억을 중심으로 정겹게 과거를 회고했다.
주로 노정객들이 과거 무용담을 털어놓았고, 후배들은 이를 경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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