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우디-이란 정면충돌 중동정세 먹구름…反IS 악영향

중동의 양대 맹주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이 정면 충돌하면서 '이슬람국가'(IS) 등에 의한 전 세계 테러 공포와 그 근원으로 꼽히는 시리아 내전 등의 해결이 더욱 난망해졌다.

특히 각각 이슬람 수니-시아파 본산을 자처하는 사우디와 이란이 외교관계를 단절할 만큼 심각한 갈등을 빚었다는 점에서 불안한 중동 정세의 주요인 가운데 하나인 종파 갈등이 확산하고 혼란이 가중될 우려가 제기됐다.

사태의 발단은 사우디가 2일(현지시간) 시아파 유력인사 4명을 비롯한 테러 혐의자 47명을 집단 처형한 것이었다.

양국 정부와 수뇌부가 거친 설전을 이어가는 가운데 분노한 이란 시위대가 사우디 외교공관에 불을 지르는 등 물리적 피해가 발생했고, 이에 사우디는 3일 이란과 외교관계 단절을 선언하며 강력히 대응했다.

사우디와 이란은 종파적 입장차와 역내 주도권 싸움 등을 놓고 사사건건 대립해온 앙숙이다.

문제는 앙숙관계인 두 나라의 이런 대립이 중동지역 전체의 갈등으로 번지면서 IS 격퇴나 시리아·예멘 사태 해결을 위한 협력이 요원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서 걸프 지역 수니파 왕정 6개국의 모임인 걸프협력회의(GCC)의 압둘라티프 알자야니 사무총장은 사우디 지지 입장을 밝혔고 아랍에미리트(UAE), 요르단, 이집트 등 주요 수니파 국가들도 이란 시위대의 사우디 외교공관 공격을 비난했다.

반면 시아파가 다수인 이라크에서는 시아파 최고성직자가 사우디 처형을 공개적으로 비난했으며 역시 시아파가 주류인 파키스탄과 인도 카슈미르에서는 사우디를 규탄하는 대규모 시위가 이어졌다.

서방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이에 일제히 심각한 우려를 표하며 자제를 촉구하는 등 사태 확대를 경계했다.

특히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해인 올해 최우선 외교과제로 IS 퇴치를 꼽은 미국은 양측의 대화를 유도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다.

AP, AFP통신에 따르면 사우디의 우방인 미국의 존 커비 국무부 대변인은 "외교적 약속과 직접적인 대화가 (사우디와 이란의) 차이점 해결에 필수적"이라며 대화를 촉구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존 케리 국무장관이 3일 아이다호주의 자택에서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이번 사태를 논의했다고 전했다.

IS 테러의 직접적인 피해국인 프랑스와 중동 지역의 내전을 피해 탈출한 난민들이 몰려드는 독일도 외무부 성명을 통해 사우디의 집단처형이 중동 지역의 종파 간 갈등을 더 키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사우디와 이란의 대립이 지역 전체의 문제로 확대해 중동 지역의 현안 해결이 멀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런던정경대에서 중동학을 가르치는 카와즈 게르게스는 미국 C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사우디와 이란의 외교적 불화는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 대립은 단순한 말다툼이 아니라 근본적이고 거대한 분열에 대한 것으로 지정학과 패권, 영향력 측면의 싸움"이라면서 "앞으로 수주∼수개월간 사태가 매우 위험해질 수 있으며 시리아나 예멘 사태의 정치적 해결 가능성은 당분간 바라기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치 컨설팅업체 유라시아그룹의 이언 브레머 대표는 사우디에서는 유가 하락과 왕위 승계 싸움, 이란은 핵협상 타결 이후 개혁·개방 움직임에 대한 저항 등 내부적으로도 갈등을 확대시킬 요인을 안고 있다고 위험성을 지적했다.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의 분석가 마이클 스티븐도 NYT와의 인터뷰에서 사우디-이란 대립이 종파 분열과 양측 간의 대리전 확대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면서 "이번 사태는 지역 내 불안이 계속 되리라는 것을 의미한다. 양국 사이 긴장은 중동 지역 사람들 전체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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