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경상북도에도 큰 변화가 예정되어 있다. 바로 경북도청의 안동·예천으로의 이전이다. 도청은 물론 유관기관들의 이전도 함께 이루어진다. 앞으로 경북 북부지역이 새로운 행정과 경제, 산업의 거점으로 눈부시게 성장할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그간 이 지역의 개발이 더뎠던 점을 생각한다면 크게 환영할 일이지만 다른 한편 우려되는 부분도 있다.
국가적으로 봤을 때 행정·사회·경제·문화 전 분야의 중앙 집중화 현상을 겪어온 국민의 입장에서 이와 유사한 현상이 우리 도에도 판박이처럼 재연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것이다. 경북 북부지역의 활기가 눈에 띌수록 그 밖의 지역 주민들은 지역적 불균형과 소외감을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 시점에서 제안하고 싶은 것은 문화예술 활동의 중심기능만큼은 경주에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위한 최적의 장치는 도립예술단의 경주행(行)이다. 당국자들의 심도 깊은 논의와 현명한 판단을 촉구하고자 한다.
이탈리아의 로마와 밀라노, 러시아의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 일본의 도쿄와 교토 등 세계적으로 보더라도 신행정 도시와 고도(古都)는 분리해서 발전을 시키고 있다. 신행정 도시는 행정과 경제를 중심으로 한 정책을, 고도는 역사와 문화예술을 중심으로 한 관광도시로의 정책을 말한다.
안동과 예천을 중심으로 한 북부지역은 행정중심도시로의 발전을, 전자산업도시 구미와 혁신도시 김천을 중심으로 한 서부지역은 경제중심도시로의 발전을, 대구와 인접해 있는 경산을 중심으로 한 남부지역은 교육중심도시로의 발전을, 철강산업도시 포항과 영덕, 울진은 신해양경제도시로의 발전을, 그리고 경주는 천년 고도로 문화와 예술을 중심으로 한 문화관광중심도시로, 권역별 고른 발전을 이루어 내야 한다.
이러한 지역별 균형 발전 외에도 도립예술단이 경주에 둥지를 틀어야 한다는 필자의 주장에는 몇 가지 근거가 있다. 하나는 지역의 정체성이다. 현재 국립국악원의 뿌리라고 할 수 있는 신라시대 음성서(音聲署)가 있던 곳이 바로 옛 경주다. 신라시대 최고의 예술인들이 서라벌에 모여들어 음악의 향연을 펼쳤던 역사'문화적 배경을 감안한다면 도립예술단의 경주 유치는 필연적이라고 표현해도 지나치지 않다.
실용적 관점에서 보아도 그렇다. 경주에는 경상북도 최고 수준의 공연 인프라가 이미 마련되어 있다. 경주예술의전당에는 천 석이 넘는 대공연장과 소공연장, 그리고 야외공연장까지 갖춰져 있으며, 경주세계문화엑스포 공원에는 문화센터 공연장과 백결공연장이, 그리고 보문에는 화백컨벤션센터가 들어서 있어 크고 작은 공연 작품들을 무리 없이 무대에 올릴 수 있는 수준급 공연시설이 즐비하다. 또한 보문호를 배경으로 하는 수상공연장은 세계적인 명소라 해도 부족하지 않으며, 경주의 이와 같은 인프라는 도립예술단이 수준 높은 공연작품을 생산해낼 수 있는 훌륭한 모태로서의 역할을 다할 수 있는 유일한 곳이다.
마지막으로 도립예술단의 활용도 역시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경주는 세계적인 역사문화관광도시이고 그만큼 공연 수요가 풍부하다. 경주예술의전당은 활발한 예술 활동을 펼쳐 예술적 역량을 대외적으로 과시할 수 있는 좋은 환경적인 요건을 모두 갖추고 있으며, 내년부터 상시 개장에 들어가는 경주세계문화엑스포는 도립국악단이 기거하며 우리 전통 예술의 우수성을 널리 알릴 수 있는 좋은 환경을 갖추고 있다.
경주는 도내에서 교향악단과 국악단을 모두 수용할 수 있는 유일한 곳이기도 하다. 다각적이고 실용적인 기준에 입각하여 웅도 경상북도의 위상에 걸맞은 도립예술단의 새 둥지가 결정되기를 간절히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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