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석달새 8건…'냉장고 보이스피싱' 주의보

"카드 분실돼 예금 위험하다 돈 찾아 냉장고에 보관하라" 금감원 직원 사칭 사기 극성

지난달 4일 오전 9시 10분쯤 대구 남구의 한 아파트에 사는 A(81) 할머니에게 금융감독원 직원이라 밝힌 한 남성이 전화를 걸어왔다. 그는 "카드가 분실돼 예금이 위험하다. 은행에 가서 돈을 모두 찾아 김치냉장고에 보관해라. 수사관 출입이 필요하니 현관 비밀번호를 알려달라"고 말했다. A할머니는 워낙 능수능란한 남성의 이야기에 솔깃해 은행에서 8천만원을 찾아 냉장고에 보관했다. 이후 집 밖에서 서류를 전해주겠다는 남성의 지시대로 따랐고 그 사이 8천만원이 감쪽같이 사라졌다. A할머니 집에 침입했던 절도범은 경찰에 붙잡혀 14일 구속됐지만 거금은 결국 찾지 못했다. 지난달 3일 오전 8시 20분쯤에도 B(73) 할아버지가 비슷한 수법에 현금 1천300만원을 잃어 경찰에 신고했다.

새로운 사기 수법인 속칭 '냉장고 보이스피싱'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신종 보이스피싱은 피해자가 직접 찾은 돈을 집 특정 장소에 보관하도록 하고 집 밖으로 유인한 뒤 공범이 돈을 몰래 훔쳐가는 방식이다. 주로 냉장고에 많이 보관하도록 해서 '냉장고 보이스피싱'으로 불린다. 2014년 말부터 발생하기 시작해 지난해 전국적으로 확산됐다. 대구는 지난해 11월부터 현재까지 총 8건이 발생, 절취범 4명이 검거됐다.

경찰은 보이스피싱에 대한 시민들의 경각심이 높아지면서 판단력이 다소 떨어지는 노인을 대상으로 신종 사기가 성행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에게 금융사까지 범죄에 연루된 것처럼 속여 혹시 금융사 직원이 돈을 찾는 이유를 묻더라도 부동산 매매나 병원비 마련 때문이라고 거짓말을 하라는 지시까지 한다. 또한 계속 통화를 시도하면서 피해자가 의심하지 못하게 하는 등 수법이 상당히 교묘하고 구체적이다"고 말했다.

경찰은 피해 구제가 어려운 만큼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경찰 관계자는 "예금 전액을 집 안 특정 장소에 보관하라든지, 현관 비밀번호를 물어보면 무조건 의심하고 곧바로 112에 신고해야 한다"며 "금융사도 노인층이 예금이나 적금 해약을 할 경우 예의 주시해 주길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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