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선진화법 개정, 뜻은 공감해도 방법이…

與 단독으로 국회상정 정 의장 난색…靑과 맞설수도, 野의견 외면도 곤란

새누리당이 '눈엣가시' 같았던 국회선진화법 개정(국회법 개정안)에 칼을 뺐다. 해당 상임위원회에서 부결돼도 본회의에 올라갈 수 있는 국회법 87조를 '우회로'로 삼아 무력화 작업에 나선 것인데, 그 공은 이제 정의화 국회의장에게 넘어갔다.

정의화 의장은 19일 "잘못된 법 고치는 데 있어 또 다른 잘못을 저질러서는 안 된다"며 부정적 의사를 표명했다. 이는 개정안이 새누리당 뜻대로 본회의에 자동 부의되더라도 '상정'하기 어렵다는 뜻을 시사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국회법 개정안은 현재 천재지변, 비상사태, 여야 합의 등으로 제한한 국회의장 직권상정 요건에 '의원 과반수 요구가 있을 경우'를 추가하자는 것이다.

일단 정 의장이 법 개정 절차에 부정적 의사를 표했지만 새누리당이 국회법 개정안의 본회의 부의를 위한 절차에 돌입한 데다 앞서 친정인 청와대와 새누리당의 쟁점법안 직권상정 요구를 묵살한 데 따른 부담, 또 새누리당이 측근인 박형준 국회 사무총장의 거취 문제를 고리 삼아 적극적으로 압박하면서 향후 정 의장의 선택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법 개정 취지엔 일찍부터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정 의장은 지난 2012년 18대 국회에서 여야의 국회 선진화법 처리에 강력히 반대했었다. 정 의장은 "선진화법이 그대로 통과된다면 19대 국회는 역사상 가장 무기력하면서도 동시에 국민이 혐오해 마지않는 폭력국회의 오명도 벗어나기 힘들 것"이라 비판했다. 실제로 정 의장은 그해 5월 2일 본회의에서 선진화법에 대해 반대표를 던졌다. 새누리당이 '식물 국회' '뇌사 국회'의 주범으로 지목하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그러나 정 의장이 새누리당의 단독 개정 움직임에 동조할지는 미지수다. 야당이 강력 반발하고 있고, '대화와 타협을 통한 생산적 정치 구현'을 강조해온 정 의장의 소신에도 부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 지난 18일 새누리당이 야당에 국회 운영위원회 소집만 사전통보하고 5분 만에 국회법 개정안을 단독으로 폐기한 것에 대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여기고 있다. 공감은 하지만, 방법이 옳지 않다는 두 가지 상충사항이 정 의장을 고민스럽게 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이 틈에 국회법 87조 본회의 부의를 위한 전략 수순을 밟는 한편 안철수 신당행이 입에 오르내리는 박형준 국회 사무총장의 거취 문제로 정 의장을 더욱 압박하고 나섰다.

새누리당이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본회의 부의 요구서를 제출하면 정 의장은 이를 본회의에 부의해야 한다. 다만 의사일정 목록 작성 권한이 정 의장에게 있는 만큼, 표결 대상 법안으로 상정하는 것은 정 의장의 선택에 달렸다.

새누리당 일부에선 '본회의 부의'가 곧 '표결 상정'까지 포함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국회법 개정안 표결을 위한 본회의 상정이 정 의장의 선택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의장으로서 당연히 해야 하는 의무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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