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대 한국전쟁이 배경인 시대극이다. 영화는 전쟁터가 아니라, 전쟁고아들로 구성된 어린이 합창단의 활약상을 통해 우회적인 방식으로 전쟁의 참사와 비극 속에서도 피어나는 인간의 생명력을 다룬다. 한국전쟁 당시 격전의 전장과 군 병원 등지에서 위문공연으로 시작해 휴전 직후 미국 전역으로, 그리고 1960년대에는 일본, 동남아, 유럽까지 순회공연을 이어갔던 실존했던 어린이 합창단을 모티브로 한다.
'완득이'(2011)와 '우아한 거짓말'(2014) 등 청소년 영화에 유독 애정을 보이고 있는 이한 감독의 신작이다. 그는 전작들에서 유아인, 고아성, 김유정, 김향기 등 떠오르는 젊은 배우들을 적재적소에 잘 활용했다. 이번에 이한 감독은 배우 임시완과 만났다. 임시완은 '변호인'을 통해 인상적인 영화 데뷔를 했고, TV 드라마 '미생'으로 주연배우로서의 입지를 다졌다. '오빠 생각'은 상종가에 있는 배우 임시완이 원탑 주연으로서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음을 입증해야 하는 시험대이고, 그는 이에 걸맞은 좋은 연기를 펼친다.
전쟁으로 가족을 잃은 소위 한상렬(임시완)은 새로운 부대로 전출 명령을 받는다. 그는 부대 내에 있는 고아원의 책임자로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게 되고 아이들의 맑은 모습에 점차 마음을 열어간다. 나라에 봉사하기 위해 유학 중 잠시 돌아온 자원봉사자 박주미(고아성)와 함께 어린이 합창단을 만들기로 하고 한상렬은 합창단 아이들을 모집하기 시작한다. 부대 밖, 갈고리(이희준) 밑에서 생활하던 동구(정준원)와 순이(이레) 남매도 합창단에 합류하지만 예전 한동네에 살던 춘식(탕준상)은 이들을 내쫓으려고 못살게 군다. 그러나 노래는 아이들의 상처를 치유하고 결속을 다져준다. 곧 합창단은 전쟁의 한가운데로 위문 공연을 다니게 된다.
'국제시장'이나 '히말라야'와 결이 비슷한 영화다. 생사를 가르는 잔인한 위기 상황이 펼쳐지는 동안에도 일상은 존재하고 인간임을 증명하는 감동의 순간이 있다. 모든 것을 앗아가 버리고 마는 치열한 전투 중에도 사람들은 살아가고 여전히 희망을 품는다. 영화는 이념 갈등이라는 거대한 전쟁 이데올로기를 지나쳐서 작고 힘없는 사람들의 살아가는 이야기에 초점을 맞춘다.
비극적 사연을 가지고 있는 합창단 아이들, 이념갈등 상황에서 부초처럼 휩쓸려야 했던 어린 병사들, 가족의 죽음을 목격해야 했던 사람들, 모리배가 판치는 법도 도덕도 없는 아수라장에서 생존만을 위해 달려야 했던 사람들, 깨어지지 않은 견고한 구도의 금수저와 흙수저 등 수많은 군상을 하나로 엮는 것은 노래다.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눈물을 짜낸다. 청아한 하모니를 만들어내는 어린이 합창단의 노력은 주요 인물들이 자신의 비극적 삶을 극복하려는 노력과 합치한다. 그래서 노래는 더욱 감정적으로 다가온다.
영화는 예상한 대로 죽 흘러간다. 고운 목소리를 완성하기까지 거쳐야 했던 수많은 외부적 상황들, 즉 비인간적인 이념 갈등, 권력을 둘러싼 추악한 비리, 협잡과 부패 등의 거대악은 표면적으로 드러나지만 이내 봉합되고, 순수한 아이들의 조화로운 합창으로 모든 것이 녹아내린다.
가난 속에서도 희망이 있고, 비열한 전쟁 속에서도 인간의 정이 있다는 착한 결말은 가슴을 훈훈하게 하지만, 눈물을 떨군 후 가볍게 스쳐가고 마는 오락물 이상의 커다란 의미로 남지 못한다.
'오빠 생각'을 비롯해 '고향의 봄' '나물 캐는 처녀' 등 우리 곡과 더불어 외국곡에서 시작한 '즐거운 나의 집'(Home, Sweet Home), '목장길 따라'(Stodola Pumpa) 등 30명 어린이 합창단의 앙상블로 새롭게 재탄생되었다. 수많은 노래 오디션 프로그램이나 몇 해 전 합창단 예능 프로그램 열풍으로 인해 높아질 대로 높아진 우리의 귀에도 만족스러운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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