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오와 주민이라는 게 너무 자랑스럽다."
미국 아이오와 주(州) 주민들은 대선 경선 첫 관문으로 통하는 코커스(당원대회)를 이틀 앞둔 30일(현지시간) 한결같이 대단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미국 내에서 가장 먼저 대선의 방향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지표를 제시하는 이른바 '대선 정치 1번지'라는데 큰 의미를 부여했다.
아이오와는 인구 310만 명에 불과해 미국의 50개 주 가운데 규모가 가장 작은 주 중 하나이지만, 이곳의 코커스 결과가 다른 지역에 큰 영향을 미치며 역대로 '대선풍향계'로 불려왔다.'
특히 이번 대선에선 '아웃사이더' 돌풍 속에 민주, 공화 양당 모두 도무지 승부를 점칠 수 없는 초접전 양상을 보이고 있어 아이오와 주민들이 느끼는 책임감과 긴장감은 그 어느 때보다 크다.
민주당 유력 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 공화당 선두주자인 도널드 트럼프는 전국 단위 여론조사에서 압도적 1위를 달리고 있지만, 유독 이곳에서만큼 버니 샌더스(버몬트) 상원의원, 테드 크루즈(텍사스) 상원의원과 각각 오차범위 내 접전을 벌이고 있다.
'마리스트 폴'의 최신 여론조사에서 클린턴 전 장관과 샌더스 의원의 지지율은 각각 48%, 45%였으나 이보다 앞선 CNN·ORC 여론조사에선 샌더스 의원이 클린턴 전 장관에 8% 포인트 앞섰다.
NBC·월스트리트저널 조사에서는 트럼프가 32%의 지지를 얻어 25%의 크루즈 의원을 7% 포인트 차로 제쳤으나, 크루즈 의원이 앞서는 이전의 여론조사도 있어 결과를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더욱이 전날 미 국무부가 클린턴 전 장관의 개인 이메일 서버에서 '1급 비밀' 이 다수 발견됐다고 발표하자 민심은 더욱 엇갈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주도 디모인에서 우버(유사 콜택시 서비스) 기사를 하는 브렌트 크레이저(31)는 그의 승용차 택시에 오르는 순간 "코커스 때문에 온 거죠"라며 단번에 이방인들의 방문 목적을 알아맞힌 뒤 "첫 코커스를 앞두고 미 전역에서 사람들이 몰려들면서 도시 전체가 북적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 일이 바빠졌지만 아주 기쁘고 자랑스럽다"면서 "다만, 손님이 많아 선거 유세에 자주 못 가는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특히 민주당 당원 등록을 마쳐 투표권을 확보한 그는 "국무장관을 지내 경험이 많은 힐러리를 지지한다"며 "지난번에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찍었는데 이번에는 힐러리를 찍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힐러리가 이메일 스캔들 등으로 정직하지 않다는 비판이 많다'는 지적에 "그것은 작은 일이며 정치인 대다수가 정직하지 못한데 (여론과 공화당의 힐러리에 대한 비판이) 너무 심한 것 같다"며 "누가 이길지는 알 수 없지만 많은 이가 힐러리를 존경한다"고 주장했다.
무당파로 이번 선거에 직접 참여하지 않는 디모인 시내 한 호텔의 20대 여직원도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클린턴 전 장관 지지에 대한 얘기를 많이 한다"며 지역 분위기를 전했다.'
반면, 디모인행(行) 델타 항공 여객기에서 만난 50대 여승무원 낸시는 "아이오와에서 태어나 평생을 자랐다"면서 "평소에도 그렇지만 선거 때가 되면 아이오와 주민인 것이 더더욱 자랑스럽다"고 흐뭇해했다.
공화당 지지자라고 밝힌 낸시는 트럼프에 대한 생각을 묻자 "그는 기성 정치가 아닌 뭔가 새로운 것을 말한다"고 평가하면서 "나는 이번에 투표는 직접 하지 못한다"며 아쉬워했다.
낸시는 민주당 주자인 샌더스 의원에 대해서도 트럼프와 비슷한 평가를 하면서 긍정적 반응을 보였으나, 클린턴 전 장관에 대해서는 낮은 목소리로 "그런 사람을 어떻게 믿을 수 있겠느냐"고 잘라 말했다.
30대 중후반으로 보이는 호텔 여성 직원인 에이프릴은 "예전에 조지 W. 부시를 찍었다"며 자신이 공화당원임을 밝혔으나, 지지 후보에 대해서는 "이번에도 공화당인데 누구한테 투표할지는 아직 못 정했다. 좀 더 지켜보고 정할 것"이라고만 언급했다.
이런 가운데 투표 당일인 2월 1일 날씨가 겨울치고 푸근할 것으로 보여 투표율이 높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어 주목된다.
투표율이 높으면 높을수록 아웃사이더인 트럼프와 샌더스 의원에게 유리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8년 전 버락 오바마 후보도 높은 투표율 덕분에 '대세론'을 형성했던 힐러리 클린턴 후보를 누를 수 있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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