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 단락 인문학] 사람을 우선에 놓는 새로운 경제적, 사회적 모델을 찾아서

보이지 않는 손이나 시장의 효율성이라는 그럴듯한 말로 포장되었지만 사실 경제학이 가르치는 것은 "이기적으로 행동하라. 그게 현명한 행동이다. 그렇지 않으면 바보가 될 뿐이야!"라는 외침이었던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멀쩡한 애들이 경제학과에만 들어가면 무임승차자가 되는 이유를 찾을 수가 없다.(정태인, 이수연의 중에서)

일반적으로 경제학은 사회과학의 한 분야로 인간의 물질적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희소한 자원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를 연구하는 학문이라고 알고 있다. 주류 경제학에서는 모든 경제 주체가 매순간 비용과 편익을 고려하여 편익이 큰 의사결정을 하는 합리적 선택을 한다고 주장한다.

그동안 학교에서 경제를 가르치고 시험문제를 내면서도 경제라는 과목에 별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경제학은 정확한 해법을 요구하는 학문이며, 시장에서 거의 모든 문제를 만능으로 풀 수 있다고 설명했지만 내 자신이 여기에 대해 확신이 서지 않고 늘 머릿속에 의문이 맴돌았다. 경제학은 합리적이라는 말 속에 인간을 이기적인 동물로 생각하도록 훈련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도 들었다. 더 나아가 약육강식의 시장을 효율성이라는 이름으로 정당화시키는 건 아닐까 하는 의구심도 품었다.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던 나에게 조금이나마 다른 길을 찾아갈 수 있는 빛을 보여준 책이 바로 '협동의 경제학'이다.

학교에서 '탐하라'라는 사회현상 탐구 동아리를 맡고 있다. 동아리 아이들과 책을 읽고 '협동의 경제'를 실천하는 과정에서 교내 동아리 축제와 소셜벤처 대회에 참여하여 아이들과 함께 직접 아이디어를 내고 계획을 실천해 보았다. 그 내용은 인문계 고등학교에 있는 직업반 아이들이 자신의 특기를 내세워 여러 가지 제품을 제작, 판매해서 수입을 올리는 것이다. 수익금은 운영비와 회식비를 제외하고 전액 기부하기로 결정했다. 전문가가 만든 쿠키나 액세서리와 비교해도 좋을 만큼 멋진 품질에 저렴한 가격은 소비자들의 좋은 반응으로 이어졌다. 또한 일반계 고등학교에서 직업반으로 가게 된 아이들이 이를 통하여 상당한 자신감을 얻고 떳떳한 학교생활을 하며 미래를 위한 계획을 세울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

짧은 시간이지만 참여한 학생과 교사들은 어렴풋이 협동의 경제(사회적 경제)가 그래도 무엇인지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의 꿈과 희망을 실현하려는 경제 무대에서 무한 경쟁과 이기적 행동이 아니라 상생과 상호 연대가 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순간이었다.

솔직히 협동의 경제와 사회적 경제가 무엇인지 아직 잘 모르겠다. '협동의 경제학'이라는 책의 내용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경쟁과 이익 추구만이 경제학의 모든 모습은 아니라는 점과 경제활동을 통해 연대하고 평등과 돌봄을 맛볼 수 있다는 것을 스스로 깨닫게 된 점은 다른 것과 비교할 수 없는 큰 수확이다. 2016년에는 아이들과 함께 조금 더 협동의 경제로 다가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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