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아파트 깐깐해진 대출…건설사 자금 조달 어떡해

공급 과잉 우려, 정부·은행 전방위 리스크 관리 강화

최근 주택 분양물량이 급증한 가운데 정부와 공기업, 시중은행 등이 전방위에 걸쳐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고 있어 건설사들이 반발하고 있다. 매일신문 DB
최근 주택 분양물량이 급증한 가운데 정부와 공기업, 시중은행 등이 전방위에 걸쳐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고 있어 건설사들이 반발하고 있다. 매일신문 DB

정부와 공기업, 시중은행 등이 전방위에 걸쳐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최근 아파트 공급이 쏟아져 시장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아파트 분양 물량은 52만 가구를 넘어섰다. 이는 2007년 이후 최대치다. 올해도 만만치 않은 물량이 쏟아질 것으로 예상돼 금융권 등이 규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선제 대응' 앞세워 보증'대출 심사 강화

건설업계에 따르면 연초 수립한 올해 주요 건설사의 아파트 공급 물량은 37만여 가구다. 지난해 52만 가구보다 30%가량 줄었다. 공급 과잉 우려 탓에 건설사들이 보수적으로 사업계획을 잡은 것이다. 하지만 올해 물량 역시 최근 3년 평균 물량(31만4천 가구)보다는 많다. 지난해 아파트와 연립'다세대 등을 합한 주택 인허가 물량이 76만 가구를 넘어서면서 공급과잉을 부추기고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는 이러한 과잉공급에 대한 선제적 대응 차원에서 올해 주택사업자금융(PF) 보증과 중도금 집단대출 보증 심사를 강화하겠다고 공언했다. 중소 건설사 등은 자체 신용도로 은행에서 대출을 받기 어렵기 때문에 주택도시보증공사의 보증을 받아 저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었다. 그런데 공사는 PF대출 보증 지급 조건을 까다롭게 평가해 선별적으로 보증서를 발급하기로 했다.

이유는 가계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어서다. 지난달 28일 금융감독원의 국내 은행 대출채권 및 연체율 자료에 따르면 유동화 잔액을 포함한 지난해 가계대출 증가액은 78조6천억원이다. 이 가운데 주택담보대출은 70조6천억원으로 역대 최대 수준이다.

이런 분위기는 시중은행도 마찬가지다. 시중은행은 이미 지난해 10월부터 자체 리스크 관리를 통해 중도금 대출 등을 선별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주택시장이 꺾일 가능성에 대비해 보수적으로 대출을 진행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건설업계, 시장에 맡겨라

건설업계는 이런 일련의 조치가 사실상 직접적인 공급 규제라며 반발하고 있다.

지난해 사업지가 대부분 소진돼 올해 예상 공급물량이 30%가량 줄어드는 등 공급과잉 우려가 없는데도 지나치게 사업을 제약하고 있다는 논리다.

실제 일부 건설사들은 분양을 해놓고도 중도금 대출 은행을 구하지 못해 낭패를 보고 있다. 최근 분양물량이 급증해 미분양과 입주 대란이 우려되는 지방 현장, 분양률이 저조한 수도권의 대단지 아파트, 건설사의 신용이 떨어지는 곳들은 특히 중도금 대출 은행 찾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일부 현장은 올해 2, 3월로 1차 중도금 납부 시기가 도래했지만 아직까지 중도금 대출 은행을 찾지 못해 발을 구르고 있다. 해당 건설사 한 임원은 "은행이 중도금 대출을 중단하고 보증회사가 보증을 안 해주면 사실상 자금조달 창구가 다 막힌다. 사업을 하지 말라는 얘기다"며 "주택시장을 살리기 위해 온갖 규제를 풀어줄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공급을 제한한다니 너무 심한 조치"라고 했다.

다른 건설사 대표 역시 "어차피 공급과잉이 우려되면 건설사 스스로 미분양을 우려해 분양을 하지 않는 만큼 시장에 맡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