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약령시 활성화를 위해 중구청이 건립한 '에코한방웰빙체험관'(이하 한방체험관)이 제구실을 하지 못하고 있다. 한방과 관련된 전시물이나 체험 프로그램이 부실한 데다 일부 시설은 한방과 관련없는 내용으로 채워지고 있는 탓이다.
중구청은 지난 2014년 8월 중구 남성로 옛 교남YMCA 회관과 인접한 정형외과 건물과 한옥을 매입, 한방체험관으로 개축했다. 여기에는 지난 2010년 현대백화점 대구점이 약령시 활성화를 위해 내놓은 25억원과 국비 및 구비 27억원 등 52억원이 투입됐다. 중구청은 골목투어와 연계해 한방체험관에서 한방 투어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었다. 이를 위해 한방체험관을 한방 관련 전시실과 약초다방, 한방 건강요법 소개 공간 등으로 꾸민다는 계획도 세웠다.
그러나 한방체험관이 문을 연 지 1년 6개월이 지나도록 '한방'(韓方)의 흔적은 찾기 어렵다. 한방 전시물이 있어야 할 체험관 1층은 현재 환경 관련 전시실로 운영 중이다. 인근에 위치한 한의약박물관과 콘텐츠가 겹치는 탓에 도심에서는 접하기 힘든 환경으로 주제를 바꿨다는 게 중구청의 설명이다.
내용도 환경 체험 게임과 환경 작가 작품, 기후 변화와 토양 문제 등에 대한 전시물이 전부다. 골목투어를 진행하는 한 문화해설사는 "전시실을 한 바퀴 둘러보는 데 20분도 걸리지 않을 정도"라며 "문화역사와 관련된 내용이 아니어서 깊이 있는 안내를 하기 힘들고, 사람들의 관심도 높지 않은 편"이라고 말했다.
체험관 1층에 마련된 전통찻집도 '한방'과는 거리가 멀다. 각자 체질에 맞는 한방차를 골라주는 안내 기기와, 차와 함께 이용이 가능한 자동안마 기기 외에는 여느 카페와 차별점을 찾기 힘들다는 것. 방문객 김모(28'여) 씨는 "카페에서 파는 음료도 일부 한방차 외에는 일반 카페에서 마실 수 있는 게 대부분"이라며 "특별히 전통적인 분위기는 느낄 수 없었다"고 했다.
한방 관련 내용을 찾아볼 수 있는 곳은 전시실 한쪽에서 반복 상영되는 4분 길이의 한방 원리 동영상과 2층 복도에 전시된 약초 관련 설명이 전부다.
약령시 상인들의 시선도 곱지 않다. 한방체험관이 약령시 활성화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김순회 (사)약령시보존위원회 이사장은 "한방체험관은 약령시와 약령시 상인들을 위한 공간이어야 한다"며 "체험관 운영진을 위원회 중심으로 다시 꾸려 약령시만의 색다른 내용으로 체험관을 구성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안덕임 중구청 전략경영실장은 "올해 새로운 위탁 운영업체를 찾게 되면 한방체험관을 다양한 한방 체험을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조성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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