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수성구 지구대에 근무하는 이모(37) 경사는 6개월 전에 겪은 일을 생각하면 아직도 울분이 가라앉지 않는다. 지난해 8월 새벽 6시 30분쯤 금은방에서 사설경비업체가 설치해놓은 비상벨이 울려 5분 만에 출동했지만 경비업체 출동요원이 25분이나 늦게 도착한 것이다. 업체 직원이 도착해야 가게 내부 등을 확인할 수 있었기에 이 경사는 직원이 올 때까지 밖에서 대기할 수밖에 없었다. 이 경사는 지나가는 취객이 술김에 가게 유리창을 쳐서 비상벨이 작동한 것을 뒤늦게 알고 허탈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 경사는 "별 일 아닌 일로 출동해 30분 가까이 기다려야 했다. 1주일에 1차례 정도는 이런 일을 겪는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지구대 경찰관 사이에 사설경비업체 비상벨이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업체 직원의 늑장 출동이 빈번한 데다 비상벨 오작동이 많아 '치안력 낭비'라는 목소리가 높은 것이다. 사설경비업체를 고용한 가게에서 비상벨이 작동하면 이를 감지한 업체 상황실에서는 112 신고와 동시에 현장 출동요원에게 출동 요청을 한다. 대구경찰청에 따르면 대구 사설경비업체의 경찰 출동 요청 건수는 2014년 3천544건, 2015년 4천60건에 달했다. 하루 평균 10, 11건인 셈이다.
문제는 출동요원 대부분이 적게는 5분에서, 많게는 20분 이상 늑장 출동을 한다는 점이다. 그렇다 보니 경찰은 출동요원이 가게 문을 열 때까지 밖에서 마냥 기다릴 수밖에 없다. 경찰 관계자는 "한번은 출동요원이 20분 이상 늦게 왔기에 이렇게 늦으면 도둑이 다 털어간다고 잔소리를 한 적도 있다. 주인에게도 '늑장 출동'하는 업체를 쓰는 데 돈 낭비하지 말라고 이야기하려다 참았다"고 말했다.
비상벨 오작동도 심해 경찰이 발 빠르게 출동해도 현장에는 아무 일도 없어 헛걸음할 때가 많다. 무인경비시스템의 감지도가 높아 사소한 외부 충격 등에도 비상벨이 작동하는 것이다.
지난해 2월 1일부터 올해 2월 29일까지 대구 경찰이 집계한 비상벨 오작동 건수는 2천449건으로 전체 출동건수(2015년 기준)의 60%에 달했다. 근무 경력 9년 차의 한 지구대 경찰관은 "지금까지 실제 강도가 침입해 비상벨이 작동한 경우는 휴대전화 가게가 털린 2건 정도뿐이다. 이런 탓에 주말처럼 인력이 부족할 때나 긴급한 사건이 터지면 치안력 낭비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대형 사설경비업체 관계자는 "가입자 수 600명을 기준으로 나눈 구역에 출동요원이 1명씩 배정되다 보니 출동이 늦어질 수 있다"며 "경찰 신고 전 비상벨이 오작동한 건 아닌지 상황실에서 먼저 확인한 후 경찰 출동을 요청하는 등 대책을 세우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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