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은 어려워서 잘 모르겠다. 잘 모르기 때문에 미술관이나 갤러리에서 관람하기가 부담스럽다." 또는 "이게 그림인가? 장난을 친 것 같은데 왜 그렇게 비싸냐?" 등의 질문을 많이 받는다. 이렇게 물어보는 사람은 그나마 관심이 있어서 어떠한 계기가 주어진다면 미술전시회를 자주 찾아볼 수도 있는 미래의 미술애호가다. 그러나 대부분 이런 의문조차 가질 여유가 없는 게 현실이다.
미술 전시장에 간다 하더라도 "작가가 무슨 주제를 가지고 그린 그림일까?"라는 의문을 가지고 명제표를 바라보는데, 간혹 제목이 무제(Untitled)로 되어 있거나 본인이 상상하던 내용과 다른, 전혀 이해하기 힘든 제목으로 되어 있을 경우 황당하거나 자기 자신이 무지하다고 생각될 때가 많다. 그래서 작가의 의도를 꼭 알아야 한다는 압박감으로 인해 감상을 포기하는 경우도 생긴다.
미술에서 무제는 제목이 없다는 뜻이기도 하고, 굳이 이름 붙이기엔 부적절하다는 의미이기도 하지만, 이는 작가가 관람자와 대화의 장을 열어 둔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대화는 친절한 대화가 아니다. 작가의 의도를 일부러 꼭꼭 숨겨두고 쉽게 소통하기를 거부하기도 한다. 그러므로 작가의 의도를 알아내기는 전문가도 쉽지 않으며, 사실 작가도 모르는 경우가 많다. 그것을 알아내려고 하는 것은 처음부터 불가능에 가깝다. 그래서 일반 관람객들에게 나름 미술에 쉽게 접근하는 방법을 소개하고자 한다.
첫째, 작가의 의도를 알려고 하지 말라. 관람자가 주관적으로 제목도 정하고, 내용도 상상의 나래를 펴며 머릿속으로 그려보는 것이다. 그림은 객관적일 수 없다. 수학처럼 정답이 나와 있는 것도 아니다.
둘째, 전시장에 자주 다니되 모든 그림을 자세히 둘러볼 생각을 하지 말라. 끌리는 그림만 찾아 감상하는 것이다. 이성을 바라볼 때 외모를 보고 사귀다 보면 외모보다 더 중요한 요소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것처럼 끌리는 작품부터 점차 다가서면 되는 것이다. 또 너무 많은 그림을 감상하면 쉽게 지치기 마련이고 나중엔 뭘 봤는지도 기억에 남지 않는다.
셋째, 여유가 된다면 그림을 한 점 구입하라. 명품을 구입하면 소중히 다루듯 미술품도 돈을 지급하면 더욱더 가치를 느낄 것이다. 그렇다고 비싼 작품을 구입하라는 것은 아니다. 아주 작은 것부터 선택해 시작하면 그림을 보는 안목도 함께 높아질 것이다.
우리는 미술작품을 감상하는 것을 어딘지 모르게 고상하고 품위가 있는 사람들만 하는 것으로 치부하곤 한다. 하지만 미술은 우리 생활 속에 항상 존재하고 어느 곳을 가도 쉽게 접할 수 있는 친근한 세계다. 그러므로 봄에 꽃 구경을 가듯 미술관으로 발길을 옮겨 보는 것은 어떨까?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홍준표, 정계은퇴 후 탈당까지…"정치 안한다, 내 역할 없어"
세 번째 대권 도전마저…홍준표 정계 은퇴 선언, 향후 행보는?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매일문예광장] (詩) 그가 출장에서 돌아오는 날 / 박숙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