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새해가 시작되면 미국에서는 CES, 유럽에서는 MWC라는 전자제품 전시회가 개최된다. 올해 CES와 MWC를 참관한 많은 전문가들이 2016년의 IT 화두는 VR(Virtual Reality: 가상현실)이 될 것이라 하였고,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면 VR의 뒤를 이어 AI(Artificial Intelligence: 인공지능)가 차세대 IT 산업의 트렌드를 이어갈 것으로 예측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예상은 단박에 뒤집혀 버렸다. 바로 알파고와 이세돌의 바둑 대국을 통해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인공지능에 대하여 반쯤은 전문가가 돼버린 것이다. 필자도 대국이 시작되기 전에는 알파고가 이세돌을 이길 수 없으리라 전망하였다. 여러 가지 게임을 컴퓨터와 해 보았지만, 얼마간의 시간과 노력만 기울이면 대개의 경우 인간이 컴퓨터와의 게임에서 이겨왔기 때문이다. 특히 바둑은 컴퓨터 게임으로도 일반화돼 있어, 이세돌이 최소한 4대 1 정도로는 이길 것으로 예상했으나, 결과는 정반대가 됐다.
필자는 처음 알파고가 이세돌을 이겼을 때는 '어? 이게 아닌데'하는 생각이 들었다. 두 번째도 알파고가 이겼을 때는 '이러다가는 조만간 인간이 기계의 노예로 전락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두려움이 밀려왔다. 세 번째 알파고가 이겼을 때는 '역시, 신께서는 대한민국을 버리지 않으셨다'는 안도감이 들었다. 연일 언론에서 알파고에 대해 소개하고, 다양한 분석과 전망을 쏟아낸 덕분에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AI를 조류독감만이 아닌 인공지능이란 의미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인공지능이란 용어가 사회적 화두가 되었기 때문이다.
흔히 4차 산업혁명은 인공지능(AI), 로봇, 사물인터넷(IoT), 무인자동차, 나노공학 등 기술혁신과 이로 인한 세계 경제의 지형이 급격히 변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이 과정에서 기술혁신으로 생산, 관리, 지배구조를 포함한 산업생태계 전반이 급속하게 재편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따라서 미국, 독일 등 선진국들은 국가 차원의 비전을 설정하고 기술혁명을 예견하는 프로젝트를 대대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때마침 정부에서도 '지역전략산업 육성을 위한 규제프리존의 지정과 운영에 관한 특별법안'(규제프리존 특별법안)을 제정하여, 규제프리존으로 선정된 시'도의 지역전략산업과 연계한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특히 대구는 IoT(사물인터넷) 기반의 웰니스 산업과 자율주행차, 경북은 스마트기기 등이 지역전략산업으로 설정되었고, 규제프리존 특별법안이 시행되면 다가올 4차 산업혁명을 준비하기 위한 필요조건은 갖추어진 실정이다.
이에 더하여 지난 3월 하순에는 SK와 삼성이 대구시와 함께 세계 최초의 IoT 시범도시를 구축한다는 낭보가 전해졌다. 대한민국의 IT산업을 이끄는 양대 대기업인 SK와 삼성이 대구시 전역을 IoT 테스트베드로 활용할 수 있도록 인프라를 구축하고 신(新)전기차, 모바일 헬스케어 등에 다양한 IoT 서비스를 적용할 예정이라고 한다. IoT 테스트베드가 구축되고, 대구시 일부 지역이 IoT 관련 규제프리존으로 지정된다면 벤처기업들이 대구시 전역에서 규제 없이 신기술을 개발하거나 글로벌 시장을 선도할 제품과 서비스를 직접 시험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규제프리존 특별법안이 국회를 통과 못한 탓인지 대구가 세계 최초의 IoT 시범도시가 될 수 있다는 청사진이 일반 시민들에게는 널리 알려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새로운 산업 분야에 인재가 모이고, 창업이 늘어나기 위해서는 최우선적으로 시민들에게 알려지고 관심을 끌어야 한다. 또한, 물건만 팔고 떠나는 장사꾼이 아닌 지역과 함께할 진실한 기업의 투자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대기업과 지역의 중견'중소기업 간 유기적인 협력의 생태계(Value Chain) 구축이 필수적이다.
대구시는 IoT 시범도시 구축 프로젝트에 1조원 이상의 예산이 투입되어, 10조원 이상의 민간투자와 1만 명 이상의 고급 일자리 창출을 예상한다고 한다. 섬유나 자동차부품 등 전통적인 제조업의 굴레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성장동력 부재에 시달리는 지역의 기업들이 다시 한 번 기업가 정신을 발휘하여 이미 현재 진행형이 되어버린 4차산업 혁명의 장(場)에서 지역과 함께 도약하길 기대해 본다. 굴러 들어온 복덩이를 쪽박으로 차버릴지, 대박으로 키워나갈지는 우리 모두의 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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