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가훈 써주는' 할아버지 85세에 시인 등단 권영한 씨

안동민속박물관서 활동…부산불교문인협회 신인상 수상

"살아오는 과정에서 가끔 시상이 떠오르면 나름대로의 생각을 한글로 적어보았습니다. 그 글이 세월과 함께 쌓였고 후배들이 그 글을 읽고 시 등단을 권유해 아흔을 바라보는 지금 쑥스럽게 등단을 하게 됐습니다."

안동민속박물관에서 '가훈 써주는 할아버지'로 더 유명한 권영한(85'사진) 씨. 그가 최근 부산불교문인협회로부터 실상문학 신인상을 받았다. 이 협회에서 지난달 발행한 '계간 실상문학 2016년 봄 제75호'에 그의 시 '인비에게-11개월 된 손녀에게'와 '아내' '인생' 등 3편이 실렸다.

권 씨의 시를 심사한 강민수(시인'문학평론가) 씨는 "권영한의 시들은 편편이 자신이 살아온 인생과 끈끈한 가족사랑이 묻어난다"며 "이번 등단을 계기로 일가를 이룬 다른 부분에서와 같이 많은 이들에게 귀감이 되는 시를 쓰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의 홈페이지(www.andongkwon.pe.kr)를 들여다보면 100여 편의 시가 올려져 있다. 그는 시를 쓸 때 주제마다 자신이 직접 사진을 찍거나 그림을 그려넣어 시를 읽는 이들의 감성을 더욱 풍요롭게 한다.

권 씨는 원래 중국 당나라와 송나라 시에 상당히 조예가 깊다. 지금까지 약 4천여 수의 한시를 번역했다. 이 때문에 자연스럽게 시에 대한 감성을 익히고 표현할 수 있었는지 모른다.

그는 17년 전부터 안동민속박물관에서 방문객들에게 무료로 한문 가훈을 써 주고 있다.

그는 "처음 가훈 쓰기를 할 때는 공자'맹자의 글을 인용했는데 한참 생각해보니 자신의 뿌리와 연관된 말을 써주는 것이 더 의미가 깊을 것 같아서 방식을 조금 바꿨다"고 했다.

권 씨는 방문객이 오면 먼저 본관과 성씨를 묻고 그에 대해 시조와 집안에 유명한 인물들을 설명해주며 그들이 남긴 말 중 하나를 적어준다. 그는 그 작업을 하기 위해 우리나라 810개 성씨에 대해 공부하고 정리까지 했다.

"본관은 담양이며 전가입니다."

그는 기자에게 본관과 성을 물어보더니 "시조가 전득시((田得時)라는 인물이며 담양 전씨는 우리나라 토종 성씨"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기자의 시조가 남긴 말 중 '근자치인'(勤者治人'근면한 사람이 세상을 다스린다)을 한지에 적어 선물해줬다.

권 씨는 안동에서 태어나 1950년 연세대학교 수학과를 졸업하고 평생을 교편을 잡았다. 그는 아흔을 바라보는 나이답지 않게 컴퓨터를 자유자재로 사용하며 포토샵과 한글 등을 활용해 블로그나 홈페이지 등을 스스로 수정할 정도다. 특히 탁월한 건강관리로 지금도 돋보기를 사용하지 않고 책을 읽으며 시력도 양쪽 모두 1.0까지 나온다고 했다.

그는 "모든 상황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내 건강비결인 것 같다"며 "박물관 인근 호반 나들이 길이 있는데 매일 그 길을 1시간 정도 걸으며 기분 전환도 한다. 도전과 성취가 내 젊음의 비결"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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