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매 프리즘] 경매법정의 바지

법원 경매로 부동산을 매수하려면 입찰 전 ▷당해(當該) 부동산에 대한 현황조사와 법적 권리 및 투자수익 분석 ▷인'명도 등 절차와 과정에서 맞닥뜨릴 수 있는 암초 ▷매수 후 불거질 수 있는 문제점을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몇 권의 관련 서적을 읽고 경매교육도 받았으며 여러 번 입찰 경험이 있는 사람도 혼자서 해결하기 어려운 난제에 부딪히기 마련이다.

따라서 경매에 무지한 투자자는 통상 전문가에게 위임하는 방법을 택한다. 이때 투자자로부터 입찰가격 결정권한을 위임받은 컨설턴트는 상당한 고민을 안게 된다. 경매시장에 유입된 사례와 일반거래가 많은 아파트 및 토지는 적정입찰가격을 추정하기가 어렵지 않지만, 경매 사례가 많지 않거나 온갖 권리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부동산은 입찰가격 산정 및 예상입찰자의 수와 다른 응찰자가 제시하는 입찰금액은 짐작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경매전문가는 종종 '바지'를 세우기도 한다. 바지를 세우는 것은 가장(假裝) 입찰자로 하여금 의뢰인의 가격보다 불과 몇 십만원 낮은 금액으로 입찰하게 해 자신이 산정한 입찰가격이 얼마나 정확한지를 의뢰인에게 보여줘 능력을 돋보이게 하려는 것이다.

이처럼 가장의 차순위 매수신고인(2등)을 내세워 최고가 매수신고인(1등)과의 입찰가격 간극을 좁히는 전략과 달리 바지를 최고가 매수신고인이 되도록 한 후 이를 무효로 판정받게 하는 방법도 쓴다. 바지가 입찰표의 금액란에 의뢰인보다 높은 금액을 쓴 후 그 금액을 수정하여 입찰케 하는 것이다. 입찰표에 기재한 금액을 수정하면 무효로 처리하는 점을 악용한 것인데, 입찰가격란에 금액을 적었다가 줄을 그은 다음 숫자를 다시 적고 날인 후 입찰하는 방법이다.

가령 의뢰인의 입찰금액을 5억원으로, 바지의 입찰금액은 5억5천만원으로 적되 금액을 정정해 바지의 입찰표가 무효판정 받도록 한다. 의뢰인으로 하여금 기사회생의 희열을 느끼게 함은 물론 자신(컨설턴트)은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을 제시한 양심적인 사람으로 판단하게 만드는 것이다.

첫 번째 사례가 의뢰인과 차순위 매수신고인의 금액 차이를 좁히는 데 목적이 있다면, 두 번째 사례는 2등 입찰자가 1등이 되도록 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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