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민심 무시한 공천, 등 돌린 40,50대 변화 선택

청·노년층 '캐스팅보트' 역할…높은 투표 열기 당락 좌우세대, 野·무소속 반란 힘보태

13일 오후 새누리당 대구시당 5층 대강당에 마련된
13일 오후 새누리당 대구시당 5층 대강당에 마련된 '제20대 국회의원 선거 새누리당 대구경북 개표 상황실'에서 조원진(왼쪽에서 두 번째) 후보를 비롯한 각 후보들이 방송사 출구조사 결과를 지켜보며 당혹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정운철 기자 woon@msnet.co.kr

새누리당 텃밭 대구에서 '기호 1번' 신화가 깨졌다. 작대기만 꽂아도 당선된다던 대구서 김부겸(수성갑), 주호영(수성을), 홍의락(북을) 당선인이 각각 기호 2번, 기호 5'6번을 달고 새누리당 후보를 물리쳤다. 새누리당이 무공천한 동을(유승민'무소속 기호 5번)까지 포함하면 19대 때 12석 전석을 차지했던 새누리당 기호 1번의 위력은 20대 총선서 4석을 야당'무소속 후보에게 내주며 꼬리를 내렸다.

원인을 두고 여러 해석이 나온다. 대구의 민심을 깡그리 무시한 공천 파열음이 그 진앙지가 됐다는데 무게가 실리는 가운데, 투표장으로 향한 40'50대의 선택이 새누리당 일색의 지형에 변화를 가져왔다는 분석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전에 없던 새누리당-야당'무소속 대결 구도에서 젊은 층과 노년층 사이의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는 40'50대가 변화를 선택하면서 야당'무소속 반란에 힘을 모아줬다는 설명이다.

선거를 앞두고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 추세를 보면 20대와 60대 이상은 새누리당 후보를, 30대는 무소속 또는 야당 후보를 지지하는 경향을 보여줬다. 하지만 40'50대는 이들 세대의 중간지대 성향이 강했다. 새누리당 후보와 무소속'야당 후보 지지가 혼재한 가운데 일부 지역에선 새누리당 후보를, 또 다른 지역에선 야당'무소속 후보에게 힘을 보태줬다.

특히 여론 주도층인 50대는 앞선 총선서 높은 투표 열기를 뿜어내 이번 총선에서도 당락을 좌우할 핵심 세대로 꼽혀왔다.

4년 전 19대 총선서 대구의 투표율이 52.3%를 기록한 가운데 연령별 투표율에서 40대는 48.6%로 평균 아래였으나 50대는 60.5%를 보이며 60대 이상(70.3%) 다음으로 높은 투표율을 보였다. 이는 20대 41.8%, 30대 40.9%를 훨씬 능가한 것이었고 당시 이들이 새누리당 지지 양상을 보이면서 새누리당은 대구에서 안정적으로 위상을 유지할 수 있었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50대에 대해 "권위주의와 민주화 시대를 모두 겪었다. 한집안의 가장으로 60대 이상 노년층에게 발언권을 가지며 또 탈정치화되는 20대 자식들에게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힘을 지닌 세대"라고 분석했다.

투표 연령층의 중심부에 있는 40'50대가 지금까지는 새누리당을 지지하며 '보수'의 안정성에 기대었다면 이번 총선서는 국회법 파동이 빚은 '유승민 사태', '진박 논란', '공천 잡음' 등의 새누리당 행태를 주시하면서 새로운 도전에 적극적인 힘 싣기를 한 것 아니겠느냐는 관측이다.

50대 한 직장인은 "지난 총선 경우 새누리당 선택 외에는 대안이 없었지만 이번엔 새누리당에 대한 불만을 표시할 야당'무소속이라는 선택이 있었다"고 했다. 여론조사기관 폴스미스 이근성 대표는 "야당'무소속의 선전이 국지적 현상인지, 인물별 선택에 따른 것인지, 연령대별 성향 때문인지 등은 세밀한 분석이 있어야겠지만, 현재까지의 결과만 봤을 때 새누리당 기호 1번으로 향하던 대구 시민의 막연한 관성은 확실하게 깨졌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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