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를 극복한 제 삶이 다른 장애인들의 도전 의식을 자극했으면 좋겠어요."
대구 중구 남산기독교종합사회복지관(이하 남산복지관) 심영숙(49) 관장은 지난 20일 열린 '제2회 대구시 장애인대상' 시상식에서 장애극복 부문 대상을 받았다. 심 관장은 "장애를 극복했다고 하기엔 그동안 사람들에게 받은 게 너무 많다. 평생 갚아도 못 갚을 것 같다"며 운을 뗐다.
심 관장은 한때 자신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람'으로 여겼다고 했다. 그는 1988년 교통사고로 지체 1급 중증장애 판정을 받았다. 장애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세상을 외면하려 했던 그는 주변 사람들의 도움과 신앙의 힘으로 조금씩 마음을 돌렸다. 1998년 남산복지관에서 계약직 직원으로 일과 공부를 병행했던 그는 대구대 사회복지대학원을 졸업하고 사회복지사로 남산복지관과 지금까지 함께해왔다.
심 관장은 19년 동안 복지관에서 근무하며 복지사업을 위해 후원자를 모집하는 업무를 주로 맡았다. "2000년대 초반 재단이 굉장히 힘들 때 한 기업에서 1천만원의 후원금을 받아 모두가 놀란 적이 있었어요. 아산사회복지재단과 한국마사회, 삼성그룹 등 후원을 안 받아본 곳이 없습니다."
지금도 일이 재미있다는 심 관장의 별명은 '주 7일'이다.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일하고 일요일은 교회 예배를 마친 후 슬그머니 사무실로 들어오기 때문이다. 심 관장은 "원래 욕심이 많다"며 웃었다. 그만큼 책임감과 열정도 넘친다. 매일 오후 11시까지 일을 하다가 생긴 욕창이 패혈증으로 번져 병원에 한 달간 입원한 적도 있다. 심 관장은 "얼마 전 직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해보랬더니 10명 중 8명이 일찍 좀 퇴근해달라고 하더라"고 했다.
심 관장의 곁에는 은인도 많다. 집들이 날 비누값이라며 50만원을 손에 쥐여준 '키다리 아저씨' 김성한(71) 씨는 심 관장의 대학교 4년 등록금 전액을 지원해줬다. 1998년 당시 이사진의 반대에도 심 관장을 채용한 변창식 전 남산복지관장도 그의 은인이다.
심 관장은 "중도에 장애를 갖게 된 사람들은 장애를 빨리 받아들여야 해요. 방황을 해보고 나니 허비한 시간이 너무 아깝고 억울하더라고요. 잃은 것들에 대한 생각에 빠져 내가 가진 것들을 잊어서는 안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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