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분의 귀천이나 재산의 많고 적음에 상관없이 동등하게 한 표를 행사하는 보통선거가 도입된 이후 정치인들이 선거에 당선되려면 반드시 해야 하는 것이 있다. 바로 '서민인 척'하는 것이다. 서민이 다수이니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서민으로 살아보지 않았으니 쉽지 않다. 서민 흉내를 내려다 도리어 서민이 아님을 확인해주는 경우가 자주 나오는 이유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2011년 서울시장 보궐 선거에 출마하기 전 뒷굽이 해진 구두를 신고 나와 지지자들의 감동을 샀다. 하지만 그가 부자 동네인 서울 서초구 방배동에 월세 250만원짜리 61평 아파트에 산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해진 구두는 '연기'라는 의심을 받았다. "서민이라고 다 뒤축 터진 구두를 신지 않는다"고 꼬집는 이도 있었다.
이런 의심은 2014년에 그가 셔츠 차림에 백팩을 메고 손을 흔드는 사진이 인터넷에 공개되면서 더욱 불붙었다. 박 시장이 맨 벨트가 명품인 '까르띠에' 였기 때문이다. 당시 이 사진을 공개한 네티즌은 인터넷 쇼핑사이트를 검색해본 결과 이 벨트의 가격은 60만원대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이 네티즌은 "설마 7억 빚쟁이에다 구두도 밑창 뜯어질 때까지 신는 서민 시장님께서 명품 벨트???"라는 '논평'을 달았다.
이런 장면은 미국 정계에서도 심심찮게 언론에 포착됐다. 인터넷을 검색해보면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후보 시절 구두를 신은 발을 책상에 올린 채 자료를 보면서 전화하는 사진이 나온다. 사진 속 오바마의 구두는 밑창 가운데가 해어졌고, 뒤축도 테두리가 허옇게 닳았다. 1952년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애들레이 스티븐슨이 소파에 앉아 자료를 보고 있는 사진에도 닳아 빠진 낡은 구두가 포착돼 있다. 정말로 돈이 없어서인지, 그렇게 보이려고 연출한 것인지는 본인들만이 알 것이다.
오늘 한 조간신문에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가 21일 측근인 이군현 의원과 점심을 먹는 사진이 실렸다. 장소는 서울 여의도 트윈타워빌딩의 한 중식당이다. 보기에도 서민은 엄두가 나지 않을 고급식당 같았다. 김 전 대표는 총선 기간 중 부산역 앞 분식집에서 떡볶이를 먹었다. 김 전 대표는 그 떡볶이를 맛있게 먹었을까 아니면 보여주기 위해 억지로 참고 먹었을까. 역시 본인만이 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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