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시가 15억원을 들여 지은 드라마 세트장을 3년 만에 철거하기로 결정했다. 옛 청와대 모습을 복원한 세트장은 포항시가 지난 2013년 박태준 전 포스코 명예회장의 일대기를 다룬 드라마 '불꽃 속으로' 제작을 위해 흥해읍 도음산 산림문화수련장에 세웠다. 그러나 지난해 안전진단 결과, 재난위험시설인 E등급 판정으로 철거가 불가피하게 됐다. 포항시는 철거 비용 6천만원도 떠안게 됐다. 포항시는 예산만 낭비한 셈이지만 누구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박태준 드라마는 처음부터 순탄하지 않았다. 당초 KBS가 '강철왕'이란 제목으로 만들려다 정치적인 논란에 휩싸이자 포기했다. KBS 포기 이후 다시 '불꽃 속으로'라는 제목으로 바꿔 국내 종편사가 제작해 방영했다. 제작 지원을 둘러싸고 포항시와 포항시 의회는 마찰을 겪은 뒤 포항시 계획대로 예산을 지원했다. 우여곡절 끝에 이뤄진 드라마의 방영에도 포항시가 당초 기대한 촬영장의 역사 교육장 활용이나 관광명소화 등은 한낱 꿈에 그쳤다.
이번에 드러난 포항시의 문제는 분명하다. 먼저 드라마의 성공 여부나 지원 효과, 사후 활용 방안에 대한 충분한 분석이나 검토가 부족했다는 점이다. 이는 다른 지방자치단체의 실패에서도 증명되고 있다. 경산시는 지난해 SBS 주말드라마 제작에 2억5천만원의 지원을 약속한 뒤 낮은 시청률로 조기종영하자 절반을 주지 않았다. 경산시'대구시'경북도가 지난해 영화 '갓바위' 제작에 6억원을 들였으나 제대로 효과를 거두지 못한 것도 그렇다. 이들 지자체가 어설프게 제작사 제안에 끌려 지원한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아도 마땅하다.
특히 포항시의 세트장은 또 다른 논란거리다. 지은 지 불과 3년도 안 된 건물이 안전진단에서 E등급 판정을 받은 것은 한마디로 부실공사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다. 포항시의 세금으로 지은 건물인 만큼 분명한 책임 규명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까닭이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제작사와 건설사에 얽힌 계약관계를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포항시는 철거에 앞서 전문가를 통한 건물의 부실시공 여부 등에 대한 철저한 진상 파악에 나서야 한다.
이런 사후 행정은 무엇보다도 또 다른 유사 피해 방지를 위함이다. 포항 세트장 철거 사례는 교훈이다. 지자체마다 우후죽순격인 각종 드라마나 영화 촬영 및 제작 지원에 대한 좋은 거울로 삼아야 한다. 같은 어리석음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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