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지도자 가운데 가장 많은 유머를 남긴 사람은 누구일까?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가 독보적이다. 그의 정치 생활은 유머에서 시작해 유머로 끝났다.
처칠이 연설을 하기 위해 연단에 올라가다 넘어졌다. 군중들은 이를 보고 폭소를 터트렸다. 처칠은 태연하게 일어나 이렇게 연설을 시작했다. "여러분이 웃을 수 있다면 저는 또 넘어질 수 있습니다."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도 처칠에 뒤지지 않은 위트와 재치의 대가였다. 1981년 암살범 존 헝클리에게 총을 맞았을 때다. 레이건은 걱정하는 아내 낸시에게 이런 유머를 날렸다. "여보! (영화배우처럼) 총알 피하는 것을 깜빡했어." 집도하는 의사들에게는 웃으며 "당신들이 공화당원이면 좋겠소"라고 말했다. 그러자 의사들은 "대통령님, 오늘만큼은 우리 모두 공화당원입니다"라고 화답했다.
에이브러햄 링컨 전 대통령은 근엄하고 딱딱한 인상과는 달리, 유머를 자유자재로 구사했다. 링컨은 키가 컸고, 그의 부인은 키가 아주 작았다. 링컨이 대통령에 당선돼 백악관 만찬을 열면서 자신들을 이렇게 소개했다. "나는 키다리 대통령이고, 내 아내는 난쟁이 부인이니 귀엽게 생각해서 많은 후원이 있기를 바랍니다."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 역시 유머의 달인이었는데, 이런 말을 남겼다. "세상에는 진실한 것이 세 가지 있다. 신(神), 인간의 어리석음, 그리고 웃음이다. 앞의 두 개는 우리가 어찌할 도리가 없지만 세 번째만큼은 할 수 있는 것을 다해야 한다."
숱한 유머를 남긴 처칠, 링컨, 레이건, 케네디의 공통점은? 위대한 지도자였다는 점이다. 이들은 자신의 재치와 위트를 정치적 무기로 최대한 활용해 대중의 협력과 지지를 이끌어냈다. 이들에게 유머는 설득력의 또 다른 표현이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지난달 30일 출입기자단 연례만찬에서 코미디언을 방불케 할 정도로 촌철살인의 유머를 쏟아냈다. 대중과의 소통을 위한 제스처였다.
반면 한국 정치는 너무 살벌하고 공격적이다. 대통령부터 '배신의 정치' '국회 심판'을 외치며 남 탓만 했다. 야당은 대통령 이름만 나와도 욕부터 했다. 극작가 브레히트는 '자기가 정의롭다고 자부하는 사람은 유머 감각이 없다'고 했는데, 한국 정치가 그 꼴이다. 이제 총선이 끝나고 정치 지형이 크게 바뀌었다. 20대 국회가 개원하면 유머와 재치가 넘치는 정치판이 되었으면 좋으련만, 그렇지 않을 것 같아 벌써부터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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