닻을 내린 그 후/김미선 지음/학이사 펴냄
'이 핑계 저 핑계로 찾아뵙지 못하고/ 세월 넘겨 찾아뵈오니/ 아버지 풀 속에 누워/ 씨를 뿌리고 계시더라/ 뫼풀들과 소곤소곤 얘기하시느라/ 본척만척 하시더라/ 이생의 모든 업 다 풀고/ 풀 되어/ 바람하고도 한 몸이 되어/ 춤추고 계시더라/ 못내 섭섭하여/ 모퉁이 돌아서서 훌쩍거렸지만/ 이제 걱정 안 해도 되겠더라/ 소복소복한 뫼풀 울타리 안겨/ 꽃과 나비도 부르고 계시더라.' -닻을 내린 그 후-
경남 통영 출신 시인 김미선이 두 번째 시집 '닻을 내린 그 후'를 펴냈다. 시인의 머릿속에는 온통 바다와 아버지, 어린 시절을 보낸 고향 생각뿐인가 보다. 그녀에게 시 쓰기는 거친 풍랑을 견디며 노 젖던 아버지의 생전 삶과 닮았다. 어둠이 내린 바다에서 물고기가 얼마나 잡혔는지도 모를 그물을 당기는 어부, 태풍을 피해 등대도 없는 밤 귀항길에 오른 어부의 초조, 태풍이 잦아들기를 기다리며 엎드려 기다릴 수밖에 없는 어부. 시인 김미선의 시에는 그런 막막함이 배어 있다. 식구들을 먼 바다로 보낸 사람들을 보며 육지로 도망쳐 끝내 바다가 되지 못한 자신이 이야기 말이다. 99쪽, 9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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