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시절 함석헌 선생 인생의 큰 길잡이
오늘도 그 어른의 제자임이 자랑스러워
소수 수재 집단에만 스승 존재하는 시대
스승을 찾지 말고 스스로 스승이 되기를
이 시대에 스승을 찾는 것은 산에 가서 생선을 구하려는 것과 비슷하다. 그 산이 바다 밑에 있었던 때 지진이 일어나 어쩔 수 없이 화석이 되어 옛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물고기가 있다고 들었다. 그러나 산에서 생선을 구할 수는 없고 이 시대에 스승을 구할 수도 없다. 스승이 있을 리가 없기 때문이다.
공자보다 10여 년 먼저 인도에 태어난 석가모니에게는 제자가 있었다. 공자(기원전 551~478)에게는 3천 명의 제자가 있었다는 소문도 있다. 공자의 제자는 중국에만 있지 않고 한국이나 일본에도 많이 있었다. 특히 한반도에는 공자가 태어난 산둥성을 향해 잠자리에서도 다리를 뻗지 않는 선비들이 있었다고 들었다.
공자의 가르침을 받들어 우리나라에는 사화(士禍) 끝에 사림(士林)이 생기고 유학자들이 앞다퉈 서원(書院)을 세웠다. 소수서원 등이 대표적 서원이었고 수백을 헤아리는 그 많은 서원에는 스승이 있고 제자가 있었을 것이다. 그들이 등용되면 그들을 배출한 서원의 명성이 치솟았을 것이다.
붕당이나 학파가 생기는 것이 처음부터 잘못된 일은 아니었으나 점점 그 폐해가 헤아릴 수 없이 엄청나게 되더니 그것이 사색당쟁으로 이어진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흥선대원군은 한둘만 남겨두고 전국의 모든 서원에 폐쇄령을 내리기도 하였다. 그러나 일제강점기에도, 해방이 된 뒤에도 기호학파 등등 학자들이 집단적으로 존재하는 일이 근절되지는 않았다.
서양 역사에도 스승이 있었고 제자가 있었다. 그리스 아테네 황금기에 소크라테스(기원전 469~399)가 나타나 올림푸스 산의 아폴로 신전에 새겨진 신탁(神託'Oracle)-너 자신을 알라-말 한마디를 가지고 서양의 철학을 시작한 셈이다. 플라톤(기원전 427~347)은 그의 수제자가 아니었던가. 만일 소크라테스라는 스승이 없었다면 플라톤 같은 제자는 나오지 않았을 것이지만 소크라테스에게 플라톤이라는 제자가 없었다면 소크라테스는 소크라테스로 역사의 남지 못했을 것이다.
그래도 나는 한국에서 교육을 받으면서 스승을 가졌다고 자부하고 살았다. 그러다가 20대 후반에 미국 유학을 갔더니 미국 대학에는 스승이 없었고 조교수'부교수'교수만 있었다. 학생들이 교수들에게 바라는 것은 좋은 학점을 받는 일이지 특별한 사랑이나 배려'지도를 기대하지도 않았고, 기대할 수도 없었다.
미국의 교수들은 대개 제자가 없는 것을 서러워하지도 않았고 그걸 매우 당연한 일로 받아들이는 것 같았다. 스승이 스승이기를 원치 않는 판국에 무슨 제자가 생기겠는가? 생길 수도 없는 것 아니겠는가?
나는 구시대 사람인지라 은사도 있고 스승도 계신다. 평양 장대현유치원의 권도실 선생, 상수초등학교 때 4학년 담임 김태훈 선생, 5학년 담임 츠다 선생, 6학년 담임 한중례 선생, 일제 말기에 중'고등학교 다녔는데 그때 선생님들은 기억하고 싶지도 않다. 왜? 그분들 사랑을 받아 본 기억이 없기 때문에!
해방이 되고 월남하여 연희대학교에 입학한 뒤에는 백낙준 박사가 나의 하늘 같은 스승이었고 이화여대 김활란 총장의 영향도 많이 받아서 그 어른을 마음속의 스승으로 모시고 있다. 그러나 나의 젊은 학창시절에 나의 인생의 길잡이가 되시어 내가 가야 할 길을 보여주신 함석헌 선생이야말로 나의 큰 스승이시고 길잡이셨다. 그 스승 덕분에 오늘의 내가 있다. 그리고 오늘도 나는 그 어른들의 제자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그러나 오늘은 그런 시대가 아님을 거듭 강조하고 싶다. 어떤 주제나 과제를 연구하거나 특히 노벨상을 바라보는 연구팀의 연구소에는 선배가 있고 후배가 있고, 스승이 있고 제자가 있을 수 있지만, 그것은 극소수의 수재들 집단의 일일 뿐 평범한 우리와는 무관하다. 스승을 갈망하는 선량한 이들에게 나는 월남 이상재나 도산 안창호를 스승으로 모시라고 권한다. 더 나아가 그럴 뜻이 있는 분들에게, "당신 스스로가 이상재가 되고 안창호가 되시오. 스승을 찾지 말고 스승이 되시오"라고 부탁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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