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심사위원장 "채식주의자가 영어에 들어맞는 목소리 찾았다"

번역가 데보라 스미스 공동수상, 7년 동안 한국어 배워 20쪽 미리 번역 출판 허락 받아

한강 원작 소설 '채식주의자'를 번역한 데보라 스미스(28)는 21세 때까지는 모국어인 영어만 읽고 쓸 줄 아는 사람이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에서 영문학을 전공하면서 번역자가 되기로 결심했고, 영국에 한국어 전문 번역가가 없다는 사실을 알고 한국어를 선택했다. 런던대학에서 한국학 석사학위를 받았고, 지난해 박사학위를 받았다.

데보라 스미스는 21세 때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해 7년 동안 한국어를 배웠다. 뛰어난 모국어 실력과 영국문화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강의 작품 '채식주의자'를 멋지게 번역해내 맨 부커상 공동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데보라 스미스는 처음에 책의 앞부분 20쪽을 번역해 영국 유명 출판사 포르토벨로에 보냈고, 출판을 허락받았다. 그리고 책이 출간되자마자 미국 뉴욕타임스와 영국 가디언 등 유력 일간지의 호평을 받았다. 그만큼 완벽하게 영어권 문화에 들어맞게 '채식주의자'를 번역했던 것이다.

맨부커상 심사위원장인 보이드 톤킨은 16일(현지시간) 런던 빅토리아앤알버트 박물관에서 개최된 공식 만찬 겸 시상식에서 '채식주의자'의 영어 번역판을 '놀라운 번역'으로 평가하면서 "채식주의자가 영어에 들어맞는 목소리를 찾았다"고 스미스의 번역을 극찬했다.

스미스는 한국어를 공부하고 한국 작품을 영어로 번역하게 된 이유에 대해 "영국에서 한국어를 공부하거나 아는 사람이 거의 없었고, 영어로 번역된 한국 작품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데보라 스미스의 쾌거는 한국에 뛰어난 소설 작품과 시 작품이 많이 있지만 스미스처럼 완벽한 모국어를 바탕으로 한국 작품을 번역하는 사람의 부족이 한국 작품의 세계 진출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스미스는 한강의 소설 '소년이 온다'(영어명 '휴먼 액츠'(Human Acts))도 영어로 번역해 영국 포르트벨로 출판사를 통해 출간한 바 있으며, 배수아 소설 '에세이스트의 책상'과 '서울의 낮은 언덕들'도 번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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