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유기동물 입양률 쑥, 작년 32% 3년새 5배

대구, 버려지는 사례 크게 줄어…4년 전 5,669→작년 3,441마리

권모(63) 씨는 지난달 16일 늦은 밤 대구 남구청을 지나다 당직실 앞 우리에 들어 있는 푸들 한 마리를 봤다. 주인을 잃은 푸들은 권 씨를 향해 낑낑거리며 짖어댔고 권 씨는 당직실에 양해를 구한 뒤 집에 데리고 가 먹이를 챙겨주고 재웠다. 다음날 아침에는 다시 구청으로 데려가 입양 신청을 했다. 권 씨는 "보호 기간에 주인이 나타나지 않으면 안락사시키는 걸로 알고 있다"며 "푸들이 너무 불쌍해 입양 신청을 해놓았다"고 말했다.

유기동물의 생명을 살리는 '입양의 손길'이 늘고 있다.

버려지는 애완견 등이 증가하면서 한동안 안락사 처리되는 반려동물이 사회적 문제로까지 대두됐지만 유기동물을 입양하는 시민이 늘면서 안락사되는 반려동물도 줄고 있다. 현재 각 지방자치단체는 유기동물이 발생한 뒤 보호 기간(10일) 안에 원래 주인이나 새 주인을 찾지 못하면 안락사 처리를 하고 있다.

대구시에 따르면 유기동물 수는 4년 전부터 꾸준히 줄고 있다. 2012년 5천669마리에서 2015년 3천441마리로 39.3% 감소했다. 이는 2014년부터 의무화된 반려동물등록제가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대구에 등록된 반려동물은 5만1천121마리로 등록률이 77%로 나타났다.

하지만 주목할 점은 유기동물 입양률도 계속 늘고 있다는 점이다.

입양률은 2012년 6%(367마리)에서 2015년 32%(1천102마리)로 5배 이상 크게 뛰었다. 이에 따라 유기동물 안락사 비율도 2012년 59%(3천328마리)에서 2015년 21%(730마리)로 절반 넘게 줄었다.

시 관계자는 "2015년부터 유기동물이 동물병원에 위탁되면서 입양률이 좋아진 측면이 있다"며 "여러 병원에 동물들이 소수로 분산돼 있다 보니 관리가 잘 되고 동물병원에 사람들이 왕래하면서 입양하기에 유리한 조건이 됐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입양률을 획기적으로 높이려면 '강아지공장'으로 대표되는 대량 공급을 막고 유기동물에 대한 편견에서 탈피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최정아 한국동물보호협회 대표는 "이른바 '강아지공장'에서 강아지를 많이 태어나게 한 탓에 그만큼 많이 버려지고 있다"며 "반려견 농장을 현재 신고제에서 허가제 등으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최동학 대구수의사회 복지위원장은 "새끼 때부터 남의 손을 타지 않은 개가 주인을 잘 따른다는 편견이 여전하지만 남이 키우던 유기견도 데려와서 2, 3주만 정을 주고 잘 돌보면 주인을 금방 따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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