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콜롬버스의 달걀'에 비유한 김해공항 'V자 활주로' 신설안이 사업비와 소음 문제 등으로 과거에 폐기됐던 확장안과 유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입지 선정 용역을 맡은 파리공항공단 엔지니어링(ADPi)의 김해공항 확장안은 기존 활주로에서 서쪽 방향으로 40도 틀어진 활주로를 신설해 신'구활주로가 'V'자 형태로 이뤄지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그러나 이 방안은 2009년 부산시(부산발전연구원)와 국토교통부가 검토한 대안과 2012년 한국공항공사가 실시한 용역에서도 제안됐다가 과도한 사업비와 소음 피해 확대, 활주로 용량 확대 한계 등을 이유로 무산된 바 있다.
◆2009년, 2012년 폐기된 대안과 유사
'V'자 활주로와 유사한 대안이 제시된 건 지난 2009년 부산시와 국토교통부가 검토한 확장안과 엇비슷하다. 당시 부산시와 국토교통부는 활주로 남단을 기준으로 서쪽으로 30도 기울인 교차 활주로를 신설하는 방안을 냈다. 활주로의 길이를 확보하기 위해 현재 활주로 남단과 엇갈리도록 한 점이 특징이다.
다만, 소음 피해 권역을 줄이기 위해 ADPi가 제시한 확장안보다는 활주로의 각도를 완만하게 만든 점에서 차이가 난다.
지난 2012년 한국공항공사가 제시한 대안도 정부의 'V'자 활주로와 유사한 형태를 띠고 있다. 당시 한국공항공사는 김해공항의 슬롯(SLOT'시간당 이착륙 횟수) 용량을 늘리기 위해 실시한 '김해공항 활주로 용량 증대방안' 용역에서 기존의 남북 방향 2개 활주로 서쪽에 왼쪽으로 50도 정도 돌린 2.75㎞ 길이의 보조 활주로를 만드는 확장안을 내놨다. 활주로 길이는 정부 확정안(3.2㎞)보다 짧고 활주의 각도도 정부 안보다 더 좁다. 당시 용역안에서는 보조 활주로를 건설할 경우 연간 2만4천 회, 관제절차 개선으로 연간 3만3천여 회의 슬롯 증설 효과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결국 김해공항 확장안은 기존에 제시됐다가 폐기된 대안에서 활주로의 각도만 약간 바꾸는 형태에 머무는 셈이다.
◆활주로 용량 부족, 소음 피해 한계도 답습
문제는 정부의 확정안이 경제성과 안전성, 효율성 등을 이유로 기존에 폐기됐던 대안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다는 점이다. ADPi는 김해공항에 새 활주로를 만들면 국내선 1천만 명, 국제선 2천800만 명 등 연간 3천800만 명의 이용객 처리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여전히 영남지역의 장래 항공수요인 4천만 명을 수용하지 못한다. 또한 기상 상황에 따라 국내선 항공기도 새 활주로를 써야 하고, 기존 활주로 교통량의 22%를 차지하는 공군이 이전하지 않는 한 항공수요를 감당하긴 힘들다는 것이다.
막대한 토지 보상비도 문제다. 현재 신규 활주로가 건설될 부지 중 90%가량이 사유지다. 정부가 지난 2012년 지정한 연구개발특구는 10%에 불과하다. 280만㎡에 이르는 사유지를 수용할 경우 토지보상비만 조 단위를 넘어설 수 있다.
소음 피해 권역도 늘어날 전망이다. ADPi는 새 활주로로 인한 소음피해 권역이 1천 가구가 될 것으로 예측했다. 그러나 새 활주로의 항공 동선에는 4천여 가구가 거주하는 김해시 풍유동 등이 소음피해권역에 새로 들어가게 된다.
항공 전문가들은 "활주로 용량과 막대한 토지보상비, 소음 피해 권역 확대 등 과거와 달라진 점이 없어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무산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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