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朴)의 남자' 이정현 대표가 새누리당의 차기 대선 경선관리권을 움켜쥠에 따라 여당 내 대선구도에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설(說)로만 떠돌던 '반기문 대망론'에 힘이 실릴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경선 흥행에는 경고등이 켜졌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반기문 대망론 부상, 돌발변수는 여전
일부 친박계 중진들이 불을 지폈던 '반기문 대통령, 친박계 책임총리' 시나리오는 이번 전당대회 결과로 일단 살아있는 시나리오다, 하지만 '정치는 생물'이기 때문에 내년 12월까지 무수한 돌발변수가 기다리고 있다.
정치권에선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를 이끌어내기만 한다면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로 지명되는 데는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반 총장의 개인적 인기에 박 대통령의 지지층이 얹어지고 당내 조직표가 합쳐질 경우 당내 경선은 무난하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전제가 있다. 이 과정에서 여권의 정계개편, 반 총장의 돌출행동과 발언, 반 총장 전력(前歷)에 대한 시비 등이 최소화하거나 미풍에 그쳐야 한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반 총장이 외교관 생활을 오래하면서 절제된 언행을 몸에 익혔기 때문에 돌출발언 등 큰 실수를 하지는 않겠지만 성완종 게이트 연루설 등 전력문제와 관련해서는 야권의 현미경 검증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며 "반 총장이 조금이라도 드러나는 치부에 대한 대응과정에서 국민의 눈높이를 맞출 수 있을지도 지켜봐야 할 대목"이라고 말했다.
다만, 친박계가 구상하고 있는 '반기문+친박계 연립정부 구성'을 위해서는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가 있다. 친박계가 반 총장을 대권으로 밀어올리는 조건으로 '책임총리'를 어떻게 보장받느냐의 문제다. 지난 1997년 대선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은 충청권과의 연대를 위해 DJP 공조(자민련 책임총리)를 약속했지만 대통령 권력이 자리를 잡자 약속을 저버렸던 전례가 있다. 헌법 개정으로 못을 박지 않는 이상 현재의 제왕적 대통령제하에서는 대통령의 결정에 따라 '연립정부' 존속 여부가 결정된다. 그래서 친박계의 고민이 깊다. 자칫 남 좋은 일만 시킬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반 총장이 집권한다면 새누리당과 거리를 두면서 2020년 총선에 자신의 이름을 건 정당으로 원내 진입을 시도할 수도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 같은 불안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는다면 반기문 대망론도 '시나리오'에 그칠 수 있다.
◆대선 경선 흥행 비상, 다양한 후보군 경쟁해야
반기문 대망론이 무게감을 더할수록 새누리당의 차기 대선 경선의 흥행은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결과가 뻔한 싸움에 몸을 던질 거물급 정치인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당장 친박계가 당을 장악하자 비박계의 유력한 대권 주자였던 김무성 전 대표의 대권도전 가능성에 물음표를 제기하는 이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전당대회 전 자신의 측근들을 저녁식사 자리에 대거 초대해 비박계의 결속을 주문했던 김 전 대표가 막상 전당대회에서 참담한 결과를 받아 들이면서 당내 입지가 추락했기 때문이다. 당 관계자는 "현직 대통령의 친위그룹이 대선관리를 맡는 상황에서 대통령과 맞섰던 비주류 대권 주자가 '호랑이굴'에 뛰어들어 호랑이를 잡겠다고 나서기는 어렵다"며 "대권에 대한 의지가 여전하다면 다른 '둥지'를 찾을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나아가 오세훈 전 서울시장,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등 비박계 잠룡들의 선택도 김 전 대표와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당내 일각에서는 유승민 전 원내대표의 출전을 기대하고 있다. 유 전 원내대표가 정치적 성향 측면에서 친박계와 대척점을 이루고 있는데다 대중적 인기도 높아 출전만 한다면 흥행몰이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특히, 친박계로서는 만에 하나 경선에서 패배하더라도 유 전 원내대표가 대구경북 표심을 고려해 박 대통령과 '함께 가는' 선택을 하지 않겠느냐는 기대감도 표시하고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유 전 원내대표 입장에선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 경선에 나서 보수개혁에 대한 자신의 선명성을 드러내면서 국민들에게 한 번 더 자신의 이름을 알릴 수도 있을 것"이라면서도 "유 전 원내대표가 청와대와 당이 공동으로 기획한 대선 플랜에 들러리로 등장할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결국 박 대통령이 낙점한 대선 후보와 경선에서 맞붙을 수 있는 후보군은 대체로 차차기를 겨냥한 광역자치단체장 정도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경선 완주' '아름다운 승복' 등의 이미지를 확보함으로써 다음을 도모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남경필 경기도지사, 원희룡 제주도시자 등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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