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북도의 산은 우리나라 전체 산림(630만㏊)의 약 21%인 134만㏊에 이른다. 경북의 숲이 바로 한국의 숲이라 해도 틀린 말이 아닐 정도로 경북의 숲은 우리나라 전체 숲의 얼굴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런 경북 명품 숲 가운데 소나무 숲은 전체의 30%가량이다. 세계적 자연유산으로 꼽히면서 국내외 탐방객이 몰리는 울진 금강소나무 숲만 봐도 경북 소나무 숲의 가치를 단적으로 느낄 수 있다.
하지만 경북의 명품 소나무 숲은 지금 '재선충'이라는 중병을 앓고 있다. 수액을 빨아먹고 사는 매개충인 솔수염하늘소가 재선충을 옮기면서 솔수염하늘소가 달라붙은 소나무는 수분 흡수를 못 해 말라죽고 있는 것이다. 한 번 전염되면 치료약이 없어 100% 죽는다.
경북도는 소나무 재선충 확산은 경북 숲의 파멸이라고 보고 총력을 다해 전쟁 개념을 도입, 저지선을 만들고 있다.
◆맞춤형 방제가 최우선이다
재선충은 감염병은 아니지만 이미 재선충이 발생한 지역에서 쇠약한 나무나 고사목이 있다면 매개충의 산란-우화-감염 사이클이 반복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재선충 방제의 기본은 고사목을 없애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매개충이 알을 낳고 월동기에 접어드는 10월부터 이듬해 봄 3∼4월까지가 고사목 제거 방제를 해야 하는 시점이다.
경북도는 이와 관련, 재선충 감염목 및 고사목의 발생본수'면적 등을 고려해 도내 고사목 발생 시군을 5단계로 구분한 뒤 맞춤형 방제를 펴고 있다. 가장 극심 지역인 1급(포항'경주)부터 심한 지역인 2급(안동'구미'청도), 중간 단계인 3급(칠곡), 2, 3년 내 청정지역이 가능한 4급(경산'영덕'성주'고령), 1, 2년 내 청정지역이 가능한 경미지역인 5급(김천'영주'영천'상주)까지 5단계로 구분해 방재를 하고 있는 것.
1'2급 지역은 피해 숲 외곽부터 감염'고사목 제거에 집중하고, 피해가 극심한 곳은 아예 나무를 모두 베내고 수종을 바꾸는 방제 방식을 펼치고 있다. 3급 지역은 외곽부터 감염'고사목을 제거하되, 나무주사를 제한적으로 준다. 4'5급 지역은 비교적 피해 면적이 좁은 만큼 전 지역을 광범위하게 관리, 고사목 및 매개충 서식처를 제거하고 나무주사를 광범위하게 주입한다.
◆하늘과 땅에서 입체적 방제
경북도는 재선충을 잡기 위해 항공방제와 지상방제를 병행하고 있다.
매개충이 소나무에 피해를 주기 전에 항공기를 이용해 약제를 뿌리는 방식으로 넓은 면적의 방제를 하고 있다. 매개충이 성충이 되는 시기인 4월부터 8월 하순까지 항공기와 차량을 이용해 집중 방제 작업을 하는 중이다. 항공방제는 민원이 많은 만큼 철저한 사전 예고를 통해 사람은 물론, 가축이나 농가 피해 예방 조치를 하고 있다.
항공방제가 어려운 주택가나 양봉농가, 고압선로 주변 등은 지상에서 방제한다. 또 항공방제를 한 곳이라도 극심한 피해가 있는 지역에서는 항공방제와 함께 지상방제도 해 방제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다.
피해가 심한 지역이거나 유적지'사찰'공원 등 보존가치가 있는 숲에서는 예방 나무주사도 놓고 있다.
재선충을 보유한 매개충이 솔잎을 먹을 때 재선충이 침입하더라도 예방 약제를 주입하면 재선충의 서식과 증식을 억제할 수 있다는 것. 그래서 12월에서 이듬해 2월에 예방할 소나무에 구멍을 뚫어 약제를 주입하고 있다.
'전쟁 수준'의 방제 과정에서 현장 공무원들의 애로도 많다. 축사 주변에서는 주민들이 아예 방제를 거부하고 마을 사람들이 사용하는 농로를 수집목 운반로로 사용한다고 "개인토지인데 왜 다니느냐"는 항의를 쏟아내 통행료 수백만원을 물어준 지방자치단체도 있었다.
경북도 한명구 산림자원과장은 "엄청난 인력과 예산이 투입돼 대규모 방제를 하는 만큼 민원도 많지만 경북의 소나무 숲을 지킨다는 보람도 있다"며 "최근엔 다양한 민원 예방 및 해소 대책도 세우면서 방제를 하면서 방제 작업 효율도 높아지고 있다"고 했다.
◆피해목 제거에도 기술이 필요
재선충으로 고사한 소나무는 매개충의 산란처인 만큼 이를 없애 매개충 밀도를 낮춰야 한다. 고사목 처리의 중요성이 큰 이유다.
경북도는 추가 감염을 방지하기 위해 감염목과 주변 의심목까지 모두 제거하는 방식을 쓰고 있다. 하지만 제거 대상 나무가 소나무 전체 피해면적의 10% 미만인 곳에서는 감염목과 고사목만 골라내 '단목 벌채'를 한다. 무분별한 소나무 베어내기는 최대한 지양하고 있는 것이다.
베어낸 나무를 처리하는 것도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다.
고사목 내 유충이 성충으로 크지 않도록 9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길이 1.5㎝ 이내의 작은 크기로 파쇄한다.
고사한 나무를 안전한 장소에서 지름 2㎝ 이하 잔가지까지 모아 소각하는 벌채소각과 고사목을 1~2㎥ 크기로 쌓아 약제를 뿌린 뒤 비닐(타포린) 또는 컨테이너에 밀봉하는 벌채훈증 방식도 사용된다.
최근 몇 년간 고사목 발생이 급격히 늘면서 많은 고사목이 아깝게 버려짐에 따라 경북도는 방제 계획단계부터 고사목을 방제하면서 파쇄 후 활용할 수 있도록 정책을 세우고 있다. 경북도는 톱밥 등 산업용으로 공급할 수 있도록 다양한 판로를 개발 중이다.
파쇄 상태에 따라 활용 폭을 달리하고 있다. 최근엔 1.5㎝ 이하 길이로 목재를 파쇄한 뒤 탈수, 열병합발전소용 칩, 조경용 칩 등으로 사용하도록 하고 있으며 목재상태가 좋지 않을 경우, 더 잘게 부숴 축산농가용 톱밥이나 발효과정을 거쳐 퇴비로 쓴다.
산림청도 방제 효과와 재활용률을 높이기 위해 수집'파쇄 비율을 30, 40%가량까지 끌어올리고 장기적으로 50%에 도달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어떤 방법이라도 쓰겠다
경북도는 지난해부터 재선충을 옮기는 솔수염하늘소를 붙잡는 유인트랩을 본격적으로 도입했다.
원리는 유인트랩에 솔수염하늘소를 유인하는 '집합페로몬'을 넣어두는 간단한 방식이다. 그동안 비슷한 실험이 진행됐지만 페로몬 배합 비율이 적정치 않아 단 한 마리도 유인하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도입된 집합페로몬은 대량 유인에 성공, 성능을 입증받았다.
경북도 조남월 환경산림자원국장은 "경북도는 23개 시군과 손발을 맞춰 소나무 살리기를 위해 모든 노력을 하고 있지만 행정기관의 노력만으로는 부족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인 만큼 더 이상의 확산을 막기 위해 소나무 밀반출 행위나 병든 나무 신고, 방제 활동 참여 등 경북도민 전체가 자발적 숲 살리기 운동에 동참해달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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