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서민 "적금 깨고…입고 먹을거리까지 줄인다"

불황의 그림자, 허리띠 졸라매도 갈수록 팍팍

불황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우고 있다. 한 민간 경제연구소는 올해 경제성장률을 마이너스 0.4%로 전망했다. 탈출구도 없다. 3분기엔 추경예산과 대대적인 내수진작책 덕을 봤지만 4분기엔 이런 정책수단도 마땅치 않다. 서민들의 삶도 갈수록 팍팍해져 '의식주'를 해결하기 위해 보험'적금을 해지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

◆소비'생산 감소에 갤노트 사태까지

기를 펴지 못하는 소비가 삼성 갤럭시노트7 사태까지 겹치면서 5년 7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 한진해운 등 물류사태 영향으로 서비스업 생산도 많이 줄어 전체 산업생산이 5개월 만에 다시 감소세로 돌아섰다.

통계청이 31일 발표한 '9월 산업활동 동향'을 보면 전체 산업생산은 광공업이 증가했지만 서비스업, 건설업 등에서 줄어 전월보다 0.8% 감소했다. 이는 지난 4월(-0.7%) 이후 5개월 만에 감소세로 전환한 것으로 감소 폭으로는 지난 1월(-1.4%) 이후 최대다. 전체 산업생산은 6월 마지막으로 플러스(0.7%)를 기록한 이후 7'8월, 2개월 연속 0% 보합세에 머물다가 마이너스로 고꾸라졌다.

소비를 뜻하는 소매판매는 음식료품 등 비내구재(-5.1%), 가전제품 등 내구재(-6.1%), 의복 등 준내구재(-0.6%) 판매가 모두 줄어 지난달보다 4.5% 감소했다. 2011년 2월(-5.5%) 이후 가장 큰 폭으로 감소한 수치다. 불황 탓에 '입을 것, 먹을 것'까지 줄인다는 뜻이다.

◆서민 삶에 드리워진 그림자, 보험'적금 해약 급증

서민들의 삶에도 본격적인 불황의 그림자가 드리워지기 시작했다. 서민들이 경제적인 어려움을 예측할 때 가장 나중에 포기하는 적금 해약이 증가하고 있다.

31일 신한'KB국민'KEB하나 등 6개 시중은행에 따르면 고객들의 적금 중도해지 비율은 올해 9월까지 45.2%를 기록했다. 이 비율은 2014년 44.5%에서 지난해 42.6%로 낮아졌으나 올 들어 45.2%로 높아졌다. 올해 9월까지 전체 해지 건수가 약 573만8천 건이었고, 이 가운데 중도 해지 건수는 259만2천 건에 달했다. 지역 금융권 관계자는 "불황에 돈이 쪼들리면 납입 기간이 길고 실질적 혜택이 뚜렷하지 않은 보험을 먼저 정리하고, 이어 자산증식을 위한 펀드를 해지한다. 적금은 끝까지 거머쥐고 있다가 정리하는 말 그대로 마지막 보루인데, 이젠 적금까지 깨는 상황이 됐다"고 설명했다.

보험 해지도 늘고 있다. 올 상반기까지 41개 생명'손해보험사가 고객에 지급한 해지환급금은 14조7천3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추세대로라면 보험업계의 총 해지환급금 규모는 글로벌 금융위기 때이던 2008년(22조9천억원)을 넘는 역대 최고액을 경신할 전망이다. 보험업계의 총 해지환급금 규모는 2014년 26조2천억원 수준을 기록했고 지난해에는 28조3천억원대까지 치솟았다.

◆빚더미에 올라선 젊은 층

취업을 해도 학자금 빚을 제때 갚지 못하는 젊은이들이 매년 큰 폭으로 늘고 있다. 취업 후에도 학자금 대출을 미처 갚지 못하는 이들이 앞으로도 계속 증가할 전망이어서 신용등급 하락으로 신용불량자가 양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31일 국세청 통계를 보면 '취업 후 학자금 상환' 제도를 통해 대학 학자금을 대출받은 이들 중 8만6천715명이 지난해 상환 대상이 됐다. 학자금 대출자 중 연간 종합소득, 근로소득, 연금소득, 양도소득 등이 1천856만원 넘게 발생한 경우 상환 대상이 된다. 지난해 상환 대상 가운데 돈을 갚지 못한 이는 7천912명으로 전년보다 49.5% 급증했다. 미상환 금액은 65억5천900만원에 달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미상환자 증가는 전체 상환 대상이 늘어나는 데 따른 것으로, 미상환자 비율 자체는 조금씩 낮아지는 것 같다. 미상환자 숫자는 앞으로도 당분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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