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교황, 종교개혁 500년 행사서 "신·구교 반성하고 화합해야"

프란치스코 교황이 기독교의 분열을 낳은 종교개혁 50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1박 2일의 스웨덴 방문길에 올랐다.

교황은 지난달 31일 스웨덴 남부 도시 룬드에 도착, 종교개혁 500주년의 시작을 알리는 기념 예배에 세계루터교연맹(LWF)을 비롯한 다른 개신교 교회 지도자들과 함께 참석했다.

이날 기념식은 독일 목사 마르틴 루터가 1517년 독일 비텐베르크의 만인성자교회에서 로마 가톨릭 교회의 부패를 고발하는 95개 조 반박문을 발표함으로써 신교의 탄생을 선포한 지 꼭 500년이 되는 날을 1년 앞두고 마련된 것이다.

교황은 이날 행사에서 "가톨릭과 루터교는 과거의 잘못을 반성하고 신에게 용서를 구해야 한다. 또한, 기독교를 갈라놓은 오해를 뛰어넘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역대 교황 가운데 가톨릭에서 떨어져 나간 루터교의 창립 기념식에 참석한 것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처음이다.

교황의 이번 스웨덴 방문은 2013년 즉위 이후 동방 정교회, 신교 등 기독교 타 종파와의 관계 개선과 화합, 궁극적으로는 기독교 종파 간 통합까지 염두에 두고 있는 교황의 평소 행보의 연장선에 놓여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또 이 자리에서 "루터 덕분에 교회 안에서 성서의 중요성이 부각됐다"고 루터를 높이 평가하는 발언도 했다. 가톨릭 교회가 과거 루터를 분열의 씨앗으로 지목하며 이단으로 치부했음을 고려할 때 파격적인 발언으로 평가된다.

교황은 기념식이 끝난 뒤에는 무니브 유난 LWF 의장과 가톨릭과 루터교 간의 관계 증진을 서약하는 공동 선언에 서명했다. 이 공동 선언은 두 종교가 대화를 통해 갈등을 치유하기 위해 함께 노력하고, 난민을 환영하며, 지구 환경 보호에 힘쓴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가톨릭과 루터교는 50년 전부터 종교 간 대화를 시작했으나 여전히 미사나 예배 때 상대방의 성체성사 참여를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는 등 일부 교리에 차이가 있다.

교황은 공동 서명식이 끝난 뒤에는 인근 말뫼의 대형 체육관으로 이동, 또 다른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스웨덴 대중들과 만났다.

교황은 이날 LWF와의 공동 예배에 참석하기 전에는 스테판 뢰벤 스웨덴 총리, 카를 구스타프 스웨덴 국왕과 실비아 왕비를 차례로 만나 인권, 난민, 기아 퇴치 등 지구촌 현안에 대해 담소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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