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청탁금지법 등 분위기에…파리 날리는 떡전골목 매출 20%↓

결혼 성수기에도 한산해, 프랜차이즈 매출 10% 감소

염매시장 떡전골목 한 상인이 선물용 떡 소비가 줄었다며 고충을 토로하고 있다.
염매시장 떡전골목 한 상인이 선물용 떡 소비가 줄었다며 고충을 토로하고 있다.

청탁금지법과 불황 등 영향으로 떡 수요가 급감하자 떡 판매 업계가 한숨짓고 있다. 그저 정을 나누거나 감사나 인사를 대신하기 위해 떡을 맞춰 돌리던 풍습도 자칫 오해를 살 수 있다는 생각에 차츰 사라지고 있다. 이 때문에 선물로 떡을 주고받는 소비 트렌드를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구 중구 덕산동 염매시장 내 떡전골목은 결혼 성수기인 11월에 접어들었음에도 한산한 모습이었다. 한 점포에 들르는 손님이 1시간에 한 명도 채 되지 않았고, 점포 앞을 기웃거리는 손님이 있으면 상인이 버선발로 뛰어나가 손님을 맞기 바빴다. 손님을 받지 못한 상인들은 주문받은 소량의 떡을 포장하거나 가만히 앉아 텔레비전만 보고 있었다.

떡전골목은 6'25전쟁 때 떡 행상들이 자리 잡으면서 유명세를 떨치기 시작한 대구의 명물 떡 시장이다.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혼수'제수'축하용 떡을 사려던 손님이 이곳에서 줄을 서곤 했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현대인의 식습관이 바뀌면서 떡 수요가 줄었고, 2010년대 들어서는 불경기에 낭비를 줄이려는 소비자들이 혼수나 명절에도 떡 소비를 줄이기 시작했다.

염매시장상인회에 따르면 한때 20개에 이르던 떡 점포가 2010년 15곳으로 줄었고, 현재는 11곳만이 남아 명맥을 잇고 있다. 비수기인 여름에는 아예 문을 닫는 점포도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9월 말 청탁금지법, 일명 김영란법이 시행된 뒤부터 선물 떡 매출마저 줄었다. 떡 소비가 주로 선물용으로 이뤄졌던 탓에 업계로서는 직격탄을 맞은 셈이다.

특히 지난달 18일 경찰에게 떡을 선물한 민원인이 최초로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를 받아 재판까지 받게 된 소식이 알려지면서 소비자들은 선물 떡 구입을 더욱 꺼리고 있다.

떡전골목 한 상인은 "떡 수요 자체가 줄어든 지는 오래 됐다"면서도 "지난달부터 승진 축하'답례 떡 주문까지 급감한 탓에 10월 매출이 지난해보다 20% 이상 줄었다"며 "염매시장 점포세가 입지에 따라 120만~300만원인데 이대로 가다가는 월세 내기도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이런 분위기는 서문시장, 동네 떡집 등 떡 업계 전반에서 두루 감지되고 있다. 축하용'선물용 떡 상품으로 인기몰이를 한 대구 떡 프랜차이즈 '떡보의 하루'(㈜떡파는사람들) 역시 선물용 떡 매출이 10% 이상 줄었다. 답례 떡 매출이 최근 상승한 덕분에 그나마 매출 감소는 면했다.

청탁금지법의 필요성을 인정하는 만큼, 떡 업계는 자구책 찾기에 고심 중이다. 염매시장상인회 관계자는 "떡 상인들이 해산물'육류 등 각종 혼수음식과 세트로 떡을 판매하는 등 살길을 찾느라 애쓰고 있다. 새로운 아이템을 찾고 마케팅 방법도 바꿔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했다.

떡보의하루는 개인'가족 단위 소비자를 위해 아침식사 대용의 영양 떡 제품을 개발'개량해 판매할 계획이다. ㈜떡파는사람들 성진우 대표는 "부정청탁과 무관한 이들끼리는 예전처럼 선물 떡을 활발히 주고받도록 권장하고, 간단한 아침이나 브런치를 먹으려는 사람들에게도 곡류가 풍부하게 포함된 영양 떡을 권장하는 식으로 떡 소비 트렌드를 바꿔 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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