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대통령 담화, 미흡하나 야당과 소통 계기로

박근혜 대통령이 4일 대국민 담화를 통해 최순실 씨의 국정 농단 사태에 대한 사과와 함께 검찰 수사에 응하겠으며 특별검사 수사까지도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번 사과는 대통령 비서실장을 포함한 안종범 수석비서관 등 청와대 핵심 참모 5명 퇴진, 김병준 국민대교수의 총리 내정과 새 대통령 비서실장 임명 등 인적 쇄신에 이은 조치다. 야당에게는 미흡하게만 보이겠지만 최 씨 사태로 빚어진 국정 혼란을 딛고 정국을 수습하려는 대통령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이날 담화는 언론에 대통령 연설문을 비롯한 청와대 내부 문건이 최 씨에게 유출됐다는 의혹이 불거진 직후인 지난달 25일 대국민 사과를 한 지 열흘만이다. 이날 대통령의 담화 내용은 이전과 다르다. 무엇보다 검찰 수사에 대한 언급이 그렇다. 박 대통령은 "진상과 책임을 규명하는데 최대한 협조하겠다"며 "저 역시 검찰의 조사에 성실하게 임할 각오이며 특별검사에 의한 수사까지도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어느 누구라도 이번 수사를 통해 잘못이 드러나면 상응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며 저 역시도 모든 책임을 질 각오"라고 말했다.

따라서 검찰은 성역 없는 수사와 함께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 엄정 수사와 사법 처리를 촉구하며 대통령 수사와 관련해 어떤 '가이드라인'도 제시하지 않아서다. 사실 지난날 대통령과 관련한 여러 의혹에 대해서는 제대로 수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현직 대통령으로서 검찰의 수사 대상이 되지도 않았다. 물론 방문이나 서면조사, 소환 등 어떤 형태로의 조사 전례도 없다. 헌법상의 '불소추 특권' 때문이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헌정 사상 첫 수사를 받는 불명예를 안을 처지임에도 수사 협조를 자처했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이 "진정성을 이해할 수 있다"고 평가한 까닭이다.

하지만 이날 사과 담화에도 정국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특히 대통령이 이날 "여야 대표님들과 자주 소통하겠다"며 여야 영수회담을 제시하는 등 수습 방안에도 야당 분위기는 사뭇 딴 판이다. 더불어민주당은 별도 특검과 국회 국정조사, 김병준 총리 내정자 철회 및 국회 추천 총리 수용을 않으면 정권 퇴진 운동에 나서겠다며 강경하다. 험난한 앞날을 예고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수사에 대한 '진정성'처럼 강경한 분위기의 야당과 진정성 있는 소통 노력을 보여야 한다. '영원히 계속돼야 할 대한민국'을 위해서라도 야당과 소통하는 대통령의 리더십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