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러려고 대통령 했나'''."
지난 4일 박근혜 대통령이 대국민 사과 담화에서 밝힌 자괴감이다. 최순실 씨가 국정을 농단한 사태에 대해 국민들에게 사과하며 드러낸 심경이다. 지난달 25일 청와대 내부 문건이 유출돼 최 씨에게 전달된 데 따른 사과에 이어 불과 열흘 만에 나온 두 번째 반성문이다.
그러나 국민 반응은 싸늘하다. 여론조사 결과가 그렇다. 한국갤럽이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지지도는 5%에 그쳤다. 역대 대통령 가운데 가장 낮다. 그의 정치적 고향이자 변함없는 지지터인 대구경북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 주말 전국에서 대통령을 겨냥한 규탄 집회도 잇따랐다. 2선 후퇴나 하야(下野) 주문도 나오고 있다.
그동안 우리 역사는 여성 지도자를 네 번 세웠다. 632년 신라 때 첫 여왕(女王) 선덕을 시작으로 진덕과 진성에 이어 2013년 취임한 박 대통령이다. 이런 여성 지도자의 통치 사례는 중국에 비해 사뭇 다른 정치 지형도를 보여주는 일이다. 특히 최고 자리에 오르는 방식이나 통치자로서 즉위 기간을 살펴보면 신라인의 다른 면모는 더욱 돋보인다.
중국의 경우 신라보다 반세기 늦은 690년 측천무후가 여성 최고 지배자로 등장한다. 이후는 없었다. 유일 여성 군주다. 측천무후는 두 번째 남편이 죽자 자기 아들 둘을 자신의 손으로 황제로 올리고 내렸다. 그것도 모자라 스스로 나라를 세워 군주가 됐다. 군주 자리를 뺏은 셈이다. 물러날 때도 강제로 내려왔다.
우리는 달랐다. 첫 여왕부터 그랬다. 삼국사기는 선덕여왕 즉위에 대해 "왕이 죽고 아들이 없자 국인(國人)이 덕만을 세웠다"고 기록했다. 덕만 즉 선덕여왕은 부왕(父王)인 진평왕이 아들 없이 죽자 '국인'에 의해 임금이 됐다. 여기서 '국인'은 오늘날은 '국민'이지만 당시는 김유신이나 김춘추처럼 왕족이나 기반 있는 정치 세력으로 보인다.
이런 첫 출발로 다른 두 여왕도 왕 자리를 뺏고 뺏기는 일 없이 오르고 물러났다. 선덕은 4촌 여동생 진덕에게 물려줬고, 진성은 오라버니(정강왕)의 유언으로 왕이 됐다. 선덕과 진덕은 죽을 때까지 왕이었고 진성도 스스로 자리를 내려놓고 6개월 뒤 죽었다. 우리 역사 속의 세 여왕은 오르고 물러남이 이랬다.
박 대통령도 국인 손으로 자리에 올랐다. 5년 임기이니 아직 1년 넘는 시간이 남았다. 그런데 지금 국인 가운데 물러나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네 번째 여성 지도자의 험난한 앞길을 예고하는 듯하여 안쓰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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