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전라도에서 오신 환자들이 계셔서…."
안상호(58) 안상호재활의학과 원장이 병원 식당에서 점심을 먹다 말고 서둘러 진료실로 향했다. 이른 아침부터 광주와 전남 강진에서 달려온 루게릭병 환자 3명을 점심시간을 이용해 진료해야 하는 탓이었다.
"영남대병원 교수로 근무하던 지난 2013년에 치료를 받고 좋아진 루게릭병 환자가 환우 커뮤니티에 추천 글을 올렸대요. 그걸 보고 이분들이 1년 전부터 매달 치료를 받으러 대구까지 오세요."
그는 진료를 꼼꼼히 보기로 유명하다. 진료 전 간호사가 문진하는 항목만 10가지가 넘고 안 원장이 환자를 꼼꼼히 살펴보는데만 15분이 넘게 걸린다. "힘들진 않아요. 어디에서도 낫지 못했던 환자들이 제게 와서 호전되는 걸 보는 것만큼 즐거운 일은 없어요."
비수술 척추 치료의 대가인 그에게 '성공'(?) 비결을 물으니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준다. 인터뷰를 하다 말고 시계를 보더니 "5분만요"라며 환자가 기다리는 진료실로 후다닥 가버렸다. 다시 돌아온 그는 "어디까지 얘기했죠?"라고 되물었다. "성공 비결요? 항상 지금 하는 일에 충실한 거죠. 오죽하면 다른 교수들이 '열심히 일하는 건 좋은데 그러다 제자들 잡겠다'고 핀잔을 주더라고요."
◆동냥 공부로 재활의학 불모지 개척
안 원장은 21년간 근무했던 영남대병원을 떠나 지난 8월 개원했다. "개원을 하니 진료 문턱이 낮아진 게 좋아요. 교수일 때는 진료시간이 정해져 있었지만 이제는 병원 문만 열면 환자들이 저를 만날 수 있으니까요. 또 비교적 급성질환부터 만성질환까지 진료의 스펙트럼이 넓어졌죠."
1995년 안 원장이 대학병원 교수로 임용됐을 때만 해도 대구는 재활의학의 불모지였다. 당시 초등학교 2학년이던 아들이 "아부지 뭐하시노?" 하는 선생님의 질문에 "말해도 몰라요"라고 대답할 정도였다. 그는 해외에서 '동냥 공부'를 하며 국내 재활의학 분야를 개척했다. "한국에서는 배울 곳이 없으니까 해외 학회를 다니며 대가들에게 '시술하는 것을 한 번만 보게 해달라'고 졸랐죠." 그렇게 실력을 쌓아 2000년대 초 동료들과 '한국 척추시술연구회'를 창립했고, 수천 명의 의사를 교육했다. 미국 척추 시술 교과서의 한 단원을 단독 저술했을 뿐 아니라, 국내 척추 비수술 관련 재활의학 교과서 4권 중 3권을 그가 썼을 정도다.
입소문이 자자한 그의 치료법은 '박동성 고주파' 시술이다. 디스크, 경추성 두통 등 사소한 통증 질환부터 루게릭, 척추 수술 후 통증증후군, 복합부위 통증증후군 등 난치성 질환까지 폭넓게 적용하고 있다. 지난 2012년 네덜란드에서 처음 접한 이 시술은 안 원장의 눈길을 단박에 끌었다. "제가 허리가 좋지 않기 때문에 제가 받고 싶은 시술만 환자들에게 하자고 다짐했어요. 박동성 고주파가 딱 그랬습니다." 그는 현재 박동성 고주파 치료에 대해 국내 특허와 세계 특허를 갖고 있다. "누군가는 이 치료법을 보고 말도 안 된다고 할지도 몰라요. 하지만 치료받고 효과를 보는 환자들은 진실을 알겠죠?"
◆'검정고등학교' 출신의 범상치 않은 의사
"제가 평범하진 않죠?" 그의 말대로다. '검정고등학교'를 나와 공과대에 입학했다가 의과대로 전향한 사람이 많진 않을 것이다. 그는 1주일 동안 공부해 검정고시에 합격하고, 6개월간 매달려 의과대에 붙은 전력을 갖고 있다.
"고등학교를 중퇴했어요. 힘자랑한다고 산에서 바위 들고 객기를 부리다가 허리를 다쳤거든요. 2년 뒤 허리가 좀 나아져 검정고시를 쳤고 부산대 공대에 입학했다가 적성에 맞지 않아 그만뒀어요."
재수 시절 일화도 범상치 않다. 군대를 전역하고 찾아간 부산의 입시학원에서 '군대를 다녀온 사람은 학습 능력이 떨어진다'는 학원 측의 어깃장에 야간반에 들어가야 했다. 그는 석 달 만에 학원 전체 1등을 해 주간반으로 옮겼다. 그리고 3개월 뒤 부산대 의과대에 장학생으로 합격했다. "모의고사 성적은 서울대 의과대에 갈 점수가 나왔어요. 근데 실전에서 수학시험 답안지를 밀려 썼지 뭡니까. 아, 이건 비밀로 해주세요. 너무 잘난 척하는 것 같네. 허허."
그가 개원한 대외적인 목표는 '국내 비수술 척추치료 수준을 끌어올리는 것'이지만 속내는 따로 있다. "돈을 벌어서 가난하고 신실한 목회자들을 뒷바라지해주고 싶습니다. 대개 믿음이 신실한 분들은 가난한 경우가 많아서 그들이 오직 성경 공부에만 열중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고 싶어요." 안 원장은 "오늘 병원에서 목사님과 교회학교 교사들을 모시고 성경세미나를 한다"며 소책자를 펼치고 흐뭇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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