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장 가는 남편의 금기 식품 1호는? 굴, 마늘, 장어? 많은 대답이 앞을 다툴 것이다. 그러나 가을로 계절을 한정하면 대답은 금방 나온다. 바로 왕새우로 불리는 대하(大蝦)다.
새우와 관련된 동서양의 속담을 따라가 보는 것도 재미있다. 이탈리아에서는 '혼자 여행할 때 새우를 먹지 마라'고 했고, '왕새우를 먹을 때 그 값을 따지지 마라'는 서양 이야기도 전한다. 취재 중 만난 한 대하집 사장은 "새우 집 부인은 바람날 일이 없다"며 우스갯소리를 하기도 했다.
보기에 그저 그런 갑각류일 뿐인데 스태미나 요리로 인기를 끄는 이유는 무엇일까. 누구는 10만 개의 알을 품는 생명'번식력에서 그 실마리를 찾고, 의학계에서는 단백질을 구성하는 아르기닌(arginine) 성분에서 단초를 찾기도 한다.
사실 시중에 나오는 새우는 서해안에서 잡히는 대하가 아니라 양식산인 '흰다리새우'가 대부분이다. 항구의 횟집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대기도 벅찬 대하가 내륙까지 올 리도 없고 금방 죽어버리는 속성상 유통도 불가능하다.
요즘은 '독도새우'라 부르는 홍새우, 꽃새우가 연중 출하돼 미식가들의 입맛을 달래주고 있다. 그러나 대하의 5배가 넘는 가격은 적지 않은 부담이다.
새우 요리는 회, 구이가 주종을 이룬다. 보통 회 반, 구이 반에 대가리는 별도로 바짝 구워서 먹는다. 요즘은 신세대 입맛에 맞춰 버터구이로 응용되기도 한다. 수조에서 금방 꺼낸 새우를 잡느라 테이블에서는 초장이 튀고 소금구이 팬 안에서는 새우들이 난리를 쳐 정신이 없을 정도. 그래도 '자꾸만 손이 가는' 새우깡의 바삭한 맛처럼 좌석의 흥도 금방 달아오른다.
이제 가을의 끝자락으로 향해 가고 있다. 새우를 찾기에 늦었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요즘은 양식기술이 발달해 12월 초까지 활어가 나온다. 아직 새우 맛을 보지 못했거나 특히 잠자리 불화(?) 중인 부부가 있다면 지금 근처 횟집으로 향하면 될 듯하다.
남편이 출장을 갔다고요? 그러면 이렇게 전화하세요. "여보, 새우 많이 먹고 와. 꼭!"
#왕새우구이 집에서 직접 요리할 땐
#천일염 깔고 구우면 비린 맛 사라져
★Tip: 가을 별미 새우, 식당까지 가기 귀찮다면 집에서 구이를 해 먹어도 좋을 듯싶다. 1㎏(약 30마리) 3만원이면 구입 가능하다.
▶조리법=▷가위로 수염을 제거한다. ▷이쑤시개로 등 쪽에 있는 내장을 분리한다. ▷팬에 천일염을 깔고 달군다. ▷팬이 달궈지면 대하를 얹는다.
새우는 몸이 투명하고 윤기 나는 것, 껍질이 단단한 것이 좋다. 보통 직화로 구우면 새우가 타기 쉽고 비린 맛이 나기 쉬운데 천일염을 깔아두면 잡내를 잡아주고 기름을 잘 빨아들인다. 또 대하의 껍질 사이엔 약간의 틈이 있어 그 사이로 소금 간이 스며들면 육질이 더 좋아진다.
◆신천시장 근처 '바랄새우'
#탱글탱글한 독도새우 속살은 별미
증권사에서 잔뼈가 굵은 금융맨 권세국(37) 씨가 외식업에 뛰어든 지 5년 만에 펼쳐놓은 야심작이다. 식당의 주 메뉴는 일찌감치 새우로 정해 놓았지만 권 씨가 특별히 주목한 메뉴가 있다. 바로 '독도새우'다. 독도새우는 울릉도 독도 인근에서 주로 잡히는 새우의 한 종류로 붉은빛이 많이 돈다. 탱글탱글한 식감과 달짝지근한 맛이 특징. 대하가 8월에서 12월 초면 시즌이 끝나는 데 비해 독도새우는 혹한기를 빼고는 연중 조업이 가능해 두세 달을 빼고는 식탁에 올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단 양식이 안 되고 원거리 조업에 의존해야 하기 때문에 가격이 5배 이상 비싸다는 게 흠이라면 흠. 권 씨는 독도새우는 구이도 별미지만 회로 먹어야 달달한 속살 맛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다고 말한다.
바랄새우는 점포 호황의 인기를 업고 동성로점에 이어 최근 광장코아점을 열었다. 독도새우가 울릉 근해에서 잡혀 독도라는 애국심 코드를 접목해 전국의 술꾼, 미식가들의 입맛을 잡아보겠다는 계산이다.
▷주요 메뉴: 독도새우구이 7만~10만원
▷주소: 대구 수성구 들안로 353-1
▷전화번호: 053)756-4592
◆동대구역 근처 '파도조개'
#대구서 대하 매출 1, 2위 다투는 집
'올해도 대하는 파도(조개)에서'라고 쓰인 현수막을 밀치고 홀 안으로 들어가니 포장마차식 넓은 홀이 나타났다. 오후 6시 무렵인데도 손님들이 제법 들어차 있었다. 이곳이 대구에서 대하 매출 1, 2위를 다툰다는 바로 그 파도조개집. 해산물 유통업을 하는 남편이 새우를 대고 주인 김명숙(40) 씨가 가게를 맡고 있다. 대하 대박집 비결에 대해 김 씨는 "유통과 점포를 겸하기 때문에 가격 경쟁력이 높고 신선도가 보장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른 점포에서는 8월 말이 돼야 대하를 시작하지만 이곳에서는 7월 중순이면 새우구이, 회를 바로 출시한다. 이 역시 산지 유통정보가 빠르기 때문.
올 9월 초부터 홀에 대하 손님이 늘어서기 시작해 김 씨와 직원들이 두 달간 저녁을 걸렀을 정도. 다른 점포에서는 주인이 직접 생대하 껍질을 까주고 머리를 잘라 주지만 이곳에서는 거기까지 손길이 미칠 수가 없다. 대신 대(大)짜를 시키면 전복, 대하, 홍합이 들어간 해물라면을 서비스로 낸다. 회, 구이, 버터구이가 메뉴의 주종을 이룬다. 해물이 듬뿍 들어간 된장찌개도 블로거들 추천 메뉴.
▷주요 메뉴: 왕새우구이, 회 3만~5만원
▷주소: 대구 동구 신천3동 45-14
▷전화번호: 053)753-6434
◆상인동 '황금왕새우조개구이'
#새우 좋아하는 술꾼들이 몰리는 곳
대구에 대하구이, 회가 처음으로 등장한 건 1997년 안지랑골목 앞에 '왕새우집'이 자리 잡으면서다. 새우를 회로 먹어? 호기심에 미식가들, 술꾼들이 몰려들었다. 테이블이 없으면 바닥에 간이의자를 놓고 땅바닥에서 새우를 까먹는 모습도 흔한 풍경이었다. 이때 대하시장의 가능성을 확인한 최경환(55) 씨는 2006년 지금의 상인동 자리로 옮겨 오면서 점포를 크게 확대했다. 올해로 17년째를 맞는 '황금왕새우조개구이'는 전통 명가답게 오후 7시 무렵이면 홀이 손님으로 들어찬다.
대하 피크 시즌인 10월엔 하루 80㎏을 팔아 치운 적도 있다. 대하 단일 매출로만 500만원이 훌쩍 넘기도 했다. 최 씨는 대박집 성공 비결로 신선도를 든다. 모든 새우는 테이블에서 손님이 직접 보는 데서 다듬는다. 활어 상태를 확인시키기 위해서다. 물론 직원들이 조리도 같이 해주기 때문에 손님들은 생새우를 직접 만지지 않아도 된다. 매일 50㎏ 이상 새우를 들여오지만 대부분 하루 이틀 만에 소진된다. 직원들이 활어 서빙을 전담해 일손의 여유가 없어 메뉴는 회, 구이로 단순화했다.
▷주요 메뉴: 왕새우구이, 회 4만5천~6만5천원
▷주소: 대구 달서구 월곡로 144-1
▷전화번호: 053)636-6161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홍준표, 정계은퇴 후 탈당까지…"정치 안한다, 내 역할 없어"
[매일문예광장] (詩) 그가 출장에서 돌아오는 날 / 박숙이
세 번째 대권 도전마저…홍준표 정계 은퇴 선언, 향후 행보는?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