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사드에 맞서 '한류 금지령' 꺼낸 중국, 현명한 판단인가

중국 정부가 한국 드라마'영화'예능 프로그램의 자국 내 방영과 대규모 아이돌 공연, 한국 연예인의 광고 출연을 전면 금지하는 지침을 내렸다. 중국 당국이 이 같은 한류 규제를 공식화하면서 중국 내 방송사와 연예기획사, 광고업계 등은 긴급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이 정부 차원에서 사실상의 '한류 금지령'으로 한류 밀어내기를 노골화한다면 앞으로 양국 문화교류와 관련 상품 수출 등 한류에 큰 타격이 예상된다.

이른바 '한한령'(限韓令)으로 불리는 이 조치는 우리의 사드 배치 결정에 대한 중국 정부의 노골적인 보복 조치로 읽힌다. 그동안 중국이 사드 배치에 반발해 "한국에 대한 보복 수단이 많다"고 여러 차례 언급한 것도 이 같은 의심을 뒷받침한다. 무역 보복이나 경제 교류 제한 등 충격파가 큰 분야를 건드리는 대신 중국 내 일각의 혐(嫌)한류 목소리에 편승해 '한류 제한'이라는 카드를 꺼내 든 것이다.

중국 당국이 한류 금지령을 통해 자국 업계를 압박하고 관련 규제를 지속적으로 강화할 경우 영화'드라마 등 한류 콘텐츠의 유통과 공동투자, 연예인 진출 및 교류는 직접적인 타격을 받게 된다. 또 한류 상품으로 각광받아온 화장품'패션'캐릭터 상품 등 소비재와 중국인의 한국 관광 등에 미치는 부정적인 효과가 전방위적으로 확산될 것은 뻔하다. 중국 당국이 한국 기업과 브랜드, 광고 모델 등 한국을 나타내는 모든 요소를 방송에 노출하거나 내보낼 수 없도록 지시한 것도 압박 수위가 어느 정도인지를 짐작게 한다.

문제는 이런 일방적인 조치에 대해 우리 정부가 어떻게 적절히 대응하고 슬기롭게 문제를 풀어가느냐다. 당장 국내 관련 업계에 미칠 파장을 면밀히 점검하되 의연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동남아'중동 등 다른 지역'국가와의 문화교류를 다변화하고, 관련 문화상품의 수출을 활성화시켜 한한령의 후유증을 최소화하는 후속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 외교적으로 풀어야 할 민감한 사안을 민간 문화교류와 협력에까지 무분별하게 확대시킨 중국 당국의 조치가 결코 현명한 판단이 아님을 직시하게끔 대안과 원칙을 바로 세우는 것이 가장 시급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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